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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역줄기를 잘 먹더라. 장날에 나갔다가 몇 가지 준비를 했거든. 애들에게 반찬을 보내주고 싶은데방학이라 다녀간 큰아이에게 반찬을 보내주고 싶다고 어머니가 전화를 하셨다. 며느리는 외할머니가 해주시는 나물 반찬을 좋아한다. 무심한 듯한 큰아이가 할머니 보고 할머니, 이거 우리가 가져가도 돼요?’ 하고 물어보더란다. 어머니의 말씀을 듣고 우리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아이들이 그래도 맛은 아는 모양이다야.’

손주며느리가 당신이 하신 나물 반찬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아이들이 올 때마다 손수 반찬을 만들어 놓고 기다리신다. 큰아이는 특히 어머니에게 첫손자인데다 고등학교 시절을 아들 둘은 진주의 외할머니댁에서 보냈다. 그래서인지 외할머니와의 관계가 더 돈독하다. 또 첫 번째 증손녀도 어머니에게는 각별하다. 증조할머니와 놀이터에서 그네를 타기도 하는 사이이다. 그 아이가 벌써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으니 방학이면 아이들을 기다리고, 아이들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신다. 지금은 연세도 구순을 넘기시고 작은 일들도 힘들어 하시면서

언제부터인가 아이들도 손님 같아졌다.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 잠깐 다녀가지만 손님을 맞이해야 하는 부담감은 자녀에게도 마찬가지다. 멀리 있어도 언제나 함께 있는 것처럼 매순간 톡으로 소식을 전하며 살고 있지만, 문화가 다른 세대들이 같은 공간에서 지내는 일이 편하지만은 않다. 처음 만났을 때 반가움은 있다. 보고 싶었던 마음으로 서로 얼싸안고 볼을 부비기도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각자 전화기를 들여다보거나 TV를 시청하거나 한다.

반갑고 즐거운 몇 시간만 지나면 각자 집에서 지내는 방식으로 지낸다. 늦잠을 자는 사람은 늦잠을 늘어지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아이는 일찍 일어나 아침부터 유튜브를 보고 있다. 내가 느끼고 있었던 대로다. 아침잠이 적은 손녀는 일찍 일어나 할 일을 찾아다니고, 아들과 며느리는 눈치 같은 건 볼 필요도 없이 늦잠을 잔다. 그런 아이들이 못마땅하기도 하지만 그런 아이들의 생활 방식이 약간은 부럽기도 하다.

그래도 우리는 아이들을 기다리며 계절을 보낸다. 어린 시절 가까이 지냈던 외할머니와 우리 아이들의 좋은 관계는 다행스럽게 여기면서 외할머니가 더 좋다는 서너 살 시절의 손녀에게 야릇한 질투심을 가지는 건 또 무엇일까. 지금은 제법 자랐다고 곤란한 질문엔 즉답을 피하거나 나름대로 대처를 해서 우습기도 하지만자주 만나지 못하는 손녀의 말이나 행동이 가끔은 서운하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다. 조금 더 자라면 우리들의 관계는 어떻게 변해있을까. 며느리가 할머니 나물반찬이 정말 맛있어요.’ 라며 상냥하게 이야기하면 어머니는 행복해 하신다. 요리에 관심이 많고 음식 솜씨가 좋으신 어머니는 당신이 하신 음식을 맛있게 먹어 주는 걸 좋아하신다. 더구나 첫 손자와 첫 손주며느리 그리고 첫 증손녀 타이틀을 가진 아이들이니 고단함도 연세도 잠시 밀어놓으신 채로 음식을 장만하신다.

이번엔 아이들을 보내고 다시 반찬을 준비하시고 택배로 보낼 수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접하고 즐거워하신다. 택배 물량이 많아진 지금, 빨리 도착해서 맛있게 먹어야 할 음식이라 걱정스럽기도 하다. 우리에게 쏟은 정성도 모자라 다음 세대까지 챙기고 계시는 어머니를 보면서 생각이 많다. 아이들과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것이 서로를 위하는 일이라 여기며 살고 있는 우리 세대의 자녀 사랑과 다르다. 배운 적 없어도 무한하기만 한 그 사랑 앞에 오늘은 그냥 아무런 이론도 별 영향력을 미칠 것 같지가 않다. ‘우체국 가서 보내면 된다면서?’ 묻는 어머니는 신기한 방법을 찾은 것이 기쁘신지 목소리의 톤이 높다. 밤새 봄을 부르는 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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