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 내가 갑자기 4학년 초딩반에 초대가 된거야.’ ‘왜?’ 동생과 나는 조카의 한마디에 의아해했다. ‘새로 바꾼 내 전화번호가 초등 여자아이가 쓰던 폰이었나봐.’ ‘그래서?’ 평소 입담이 좋은 조카는 가끔 좌중을 끌며 이야기를 하는 재주가 있다. 갑자기 초대된 단톡방에서 여러 명의 인사를 받고 놀라서 살펴보니 서울에 있는 모초등학교 4학년 2반 아이들의 단톡방이었단다. 연이어 개인톡으로 ‘**야, 나 이번 주말에 홍콩간다.’고 메시지가 들어와서 ‘그래, 잘 다녀와. 다녀와서 같이 놀자.’ 했단다. 그리고 장난기가 발동한 조카...
출산율 하락의 시대적 사회적인 배경에는 수도권 이상집중현상이 있다.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 수도권에 있는 공공시설을 지방으로 이전한다. 이는 수도권 집중 현상의 근저에 흐르는 경제적 원리를 도외시 하고있다. 눈에 보이는 공공시설을 지방으로 이전 한다고 해서 수도권 집중현상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분산의 필수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에서 물리적인 분산은 한계에 봉착하게 될 것이다. 서울 중심가 소동공, 70년대 롯데 쇼핑센터가 들어섰다. 수도권 집중을 막겠다고 서울 중심부에는 백화점 건립을 불허한다고 정...
성인이 나라를 다스려야 이상국가가 된다는 주자학을 통치이념으로 삼은 조선은 교육을 강조하였다. 세자로 책봉되면 세자시강원을 설치하여 聖人이 되는 공부를 시켰다. 우두머리 직책은 사부(師傅)이며 영의정은 師이고 좌・우의정 중 한 명이 傅로 된다. 이사는 종1품 찬성이 겸직하고 종3품 보덕 이하 정7품 설서까지 5명은 세자 교육에 전념하였다. 연산군의 세자시절 세자를 지도하였던 두 분이 우리 곁에 있었다. 정여창과 조지서이다. 정여창(1450~1504)의 본관은 河東. 자는 백욱(伯勗), 호는 일두(一蠹)·수옹(睡翁)이다. 경남 함...
4월 첫 주 토요일, 그 시절 친구들 모임에 참석하기로 봄이 오기 전에 약속을 했다. 벚꽃 만개한 4월의 첫 주 주변은 온통 꽃이다. 40년의 세월을 지나 처음 보는 친구들도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있어도 스무 살 얼굴은 여기저기 남아 있다. 반갑다. 오랫동안 소식 없이 지냈지만 단 몇 분 만에 그 시간을 삼켜버리고 우리는 하나가 되었다. ‘그땐 그랬지.’를 연발하며 캠프파이어를 하던 그 타작마당에 가 있고, 그 시절 철없던 우리를 만난다. 나라의 불행한 사태로 학교조차 갈 수 없었던 억울한 시간도 만난다. 오늘 모임을 ...
정권 심판론! 참으로 강한 메시지다. 이를 능가할 만한 여당의 프레임은 무엇인가? 현정권이 무능 하다면 그 원인은 여소야대, 과반수에 못 미쳐 일어난 현상이다. 정권에 힘을 빼놓고는 무능하다고 심판해야 한다는 것, 정치의 냉혹함이다. 메시지라는 창과 방패가 난무하는 정치 현장. 일반인들의 일상 언어생활과는 무관하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2-3년 간 있었던 일상의 정치적 언어들을 대신하고 대표하는 강력한 핵심 언어를 추출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간단한 핵심어 하나로 야권이 표를 얻어야 할 당위성을...
옥종면 동곡마을 입구에 수백년 정자나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지 틈새로 비바람 스며들어 속살은 녹아내렸고 껍질이 벗겨져 세월에 지친 모습 역력하다. 마을 노인에 의하면 정자나무는 우마의 고삐를 매는 기둥이 되고 길손에게 그늘을 제공하였다고 한다. 동곡과 삼장을 연결하는 산길로 접어들어 대밭이 끝나는 지점에서 멈추었다. 고개를 들고 보니 비탈진 기슭에 봉실 솟은 봉분으로 치마무덤으로 일컬어진다. 비석에 증도승지임천조공지서 배숙부인연일정씨지묘(贈都承旨林川趙公之瑞 配淑夫人延日鄭氏之墓)라 새겼다. 조지서 字는 백부(伯符), 호는...
‘2014년 장성요양병원 화재, 27명 사상자 발생’, ‘2018년 밀양세종병원 화재, 159명 사상자 발생’ 생각만 해도 끔찍한 사고들이다. 이들사고의 공통점이 뭘까? 바로 ‘사무장병원’이다. 사무장병원이란, 대표적으로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하여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고용하여공단으로부터 부정하게 병원 진료비를 지급받는 경우이다. 그럼왜 사무장병원이 나쁜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비(非)의료인이 의사의명의를 빌려 개설·운영하는의료기관으로 수익 창출에만 집중하여 비의료인 수술,과잉 진료 등 많은 폐해 사례가 있으며, 질...
초등학교 2학년인 손녀는 바쁘다. 영상통화라도 한 번 하려 하면 시간을 잘 맞추어야 한다. 병원에 계신 외증조할머니를 뵈러 와서 영상통화로 얼굴이라도 보여드리려 하는데 생일 파티 중이란다. 같은 날 생일인 친구가 있어 초대도 받고, 본인 생일에 초대도 하고 보니 하루가 짧은 모양이다. 다행히 올해 생일은 일요일이라 그나마 아들이 데리고 다니며 생일잔치를 하고 있나 보다. 면소재지의 초등학교에 다니는 손녀는 우리 지역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같은 반 친구라야 고작 10명 정도이다. 내 생일 선물로 사이드테이블을 보내면서 ‘올해 희연이...
대한민국은 석유 정제 시설에 성공적으로 투자하여 석유 제품 수출국이다. 우리나라 수출 품목 중 2위에 해당한다. 수출로 얻는 이익으로 국내 자동차 연료로 쓰이는 휘발유 대금을 갚고도 남는다. 이쯤 되면 대한민국이 산유국이라는 명칭이 이상하지 않다. 역발상을 성공시킨 사례이다. 석유가 안 나오는 나라이지만, 석유 정제 시설을 세계에서 가장 효율 높게 지어서, 국내 소비 석유를 자가 충당하고, 수출로 수입 원유 대전을 벌충하고, 양호한 국내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자는 구상이 훌륭했다. 정유시설 설계 등 엔지니어링 기술이...
조식(曺植)의 본관은 창녕(昌寧). 자(字)는 건중(健中) 호는 남명(南冥)이며 아버지는 승문원판교조언형(曺彦亨), 어머니는 인주(仁州)이씨이다. 字는 본이름 외에 부르는 이름이며 관례 뒤에 본이름 대신으로 불렀다. 남명 조식(曺植)은 1558년 4월 11일부터 4월 26일까지 두류산 유람을 하고 《유두류록》을 남긴다. 1558년 4월 24일. 저녁에 정수역(旌樹驛)에 이르렀다. 역관 앞에는 정씨의 정문이 세워져 있었다. 정씨는 승선조지서의 아내이며, 문충공 정몽주의 현손녀이고 승선은 의로운 사람이었다(夕到旌樹驛.館前竪有鄭氏旌門...
임란 때 가토기요마사(가등청정)에게 끌려간 필자의 당시 할아버지의 형님의 흔적을 찾아보려 일본에 갔다. 열도 남단 규수, 시마바라시 호국사(고코쿠지)와 구마모토시 본묘사(혼묘지)를 참배했다. 400여 년 전 조선 밖 외국에서 본국 부모님과 서신 교환한 것이 아직도 남아 있다. 여대남 일요상인(上人)은 혼묘지의 3대 주지, 고코쿠지 창립 주지로 계셨다. 필체와 영정이 남아 있다. 출입국관리 절차가 9개월 전보다 한 단계 간소화 되었다. 출입국 심사에 소요되는 시간이 날로 짧아지고 있다. 출입국자의 패스포...
따뜻한 날씨가 현관문을 열게 만든다. 봄은 벌써 왔는데 시골집의 실내는 아직 겨울을 품고 산다. 밖이 더 맑고 따뜻하다. 마당에 나와 있는 시간이 훨씬 봄과 가깝다. 올해는 꽃과 나무를 심었던 텃밭에 여러 가지 채소를 심어보려고 한다. 겨울을 지나는 대파와 쪽파, 마늘과 상추를 보고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스럽기도 하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텃밭 구석에서 화단 한쪽에서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잡초를 제거하고 흙을 고르는 중, 호미 끝이 돌에 닿는다. 돌을 들어내려고 여러 번 호미질 하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내가 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