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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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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소인이 찍힌 손편지를 받고 싶다. 내용이 무엇이든 크게 상관하고 싶지도 않다. 그 편지를 쓰는 동안 나를 생각하며 고민하고 있을 그 모습은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내 글쓰기의 시작은 쪽지 쓰는 일로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속마음을 입으로 하기가 민망하여 글로 전하던 시절이 있었다. 친구 간 편지가 그랬고, 가족 간의 편지도 있었고 조금 더 자라서는 연애편지도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정성스레 편지를 써서 내 책상 위에 툭 떨어뜨리고 달아난 친구는 지금도 내 단짝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서로 편지를 주고받았었는데 휴대폰 이후로 우리의 편지 쓰기는 끝이 나버렸다. 그 즐거운 놀이가 끝난 줄도 모르고 살았다.

겨울비가 온다. 빗소리가 좋다. 쓸쓸하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한 마음이 참 오랜만에 숨겨둔 나를 만나는 것 같아서 즐겁다. 이 비가 그치기 전에 생각나는 사람들에게 내가 먼저 손편지를 써볼까 생각하니 마음이 따뜻해진다. 끝난 줄도 모르고 있었던 그 즐거운 놀이를 다시 시작하고 싶다.

젊은 시절, 우체국에서 하는 전국 편지쓰기 대회가 있었다. 시골생활이 지루하던 내게 좋은 소식이었고 연락을 받았다. 우체국에서 상장과 매달을 받았다. 아이들이 겨우 걷기 시작할 무렵이었고 자랑할 게 생겨서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수상자들의 모임이 생겨 몇 번 만나기도 하고 서로 손편지를 주고받았다. 지금도 잊히지 않는 몇 분의 소식이 궁금하다. 장마철에 보내는 편지봉투에는 초를 칠했다. 혹시 물에 젖어 아저씨가 주소를 모르거나 편지가 젖을까 염려가 되어서였다. 그걸 알아봐준 어른이 계셨다. 전국 회장직을 맡고 계셨던 어른이었는데 그 시절 그 분의 편지가 내게 많은 위로와 지지가 되었다. 잊고 있었던 고마운 어른이다.

혼자 알아서 잘 자랐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우리는 시절마다, 공간마다 나를 나답게 해 준 많은 친절한 이웃들이 있다는 사실을 또 한 번 깨닫는다. 좋은 사람은 긍정의 에너지를 주었지만, 그와 반대로 부정의 에너지를 주어 나를 자극했던 사람도 나에게 도움을 준 사람이었을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보니 알겠다. 모든 인연들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가다가다 만나는 인연들이 예사롭지 않다. 다음 주에도 나는 상담교육을 받으면서 알게 된 좋은 인연들을 만나기로 했다. 젊은 친구들도 있고 비슷한 연배도 있다. 같은 길을 가는 사람끼리의 연대는 더 깊고 단단하다. 밤새워 나눌 이야기가 있고 서로를 위로하고 지지해줄 줄도 안다. 지치고 힘들 때 손 내밀 사람들이 있다는 건 축복이다.

겨울비 소리에 반해 마음이 한껏 넓어진 나는, 편지를 받고 싶어 하던 마음을 바꾸어 편지를 써보려고 한다. 우선, 반성문을 쓰는 손녀에게 편지란 이런 것 이란다.’ 가르쳐주고 싶다. 답장을 받고 싶은 마음은 일단 감추어 둔 채로그리고 멀리 있는 내 단짝 친구와 잊고 있었던 놀이를 시작해보자고 장난을 걸어 볼 생각이다. 또 생각나는 얼굴들도 있다. 혼자 열심히 자신을 돌아보고 있는 그녀에게도, 끝나지 않은 일로 피곤해 있을 아들에게도, 새로운 일을 시도하고 있는 친구에게도, 결혼 전 선생님을 만나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는 젊은 친구에게도

내 편지를 받고 행복해 할 사람들의 얼굴이 벌써 나를 흥분시킨다. 나를 들뜨게 한다. 우푯값이 얼마였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워낙 이상한 우편물들이 많은 지금, 내편지가 그들의 손에 잘 전달될 수 있을까 하는 생뚱맞은 걱정마저 든다. 편지지와 편지봉투는 있을까? 몇 년 동안 간직해온 우편엽서는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 요즘 봉투의 용도로는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축의금이나 조의금으로 채워지는 것이 고작이다. 이제 봉투에게도 본연의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자. 내가 기억하는 사람들의 주소와 이름도 적어주고 우체국의 소인도 찍어서 멀리 날아갈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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