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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처럼 혹은 이불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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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불처럼 혹은 이불 같은

시골의 아침은 담백하다. 아직은 시월인데 춥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걸 참아본다. 세월의 흐름에, 계절의 변화에 너무 빨리 반응하는 게 싫다. 지나간 것에게 인사를 건네고 아름다운 것들을 기억해 둘 시간이 필요하다.

시골로 이사를 하고 집이 좁다는 이유로 손님이 내집에서 자고 가는 일이 흔하지 않다. 부모나 형제들이 가까이에 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서로 불편한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직도 주말에나 겨우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그 시간이 소중하기도 하고 편안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더 핑계를 대자면 불편한 시골집에서 자고 가라는 소리를 선뜻 할 수가 없어서이기도 하다.

이번 주말에는 내게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가족과 갈등이 있어 집에 들어가기는 싫고, 숙박 시설을 찾아가는 것도 서글퍼서 고민하던 중 내가 생각났단다. 나는 이것저것 따질 새도 없이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좁든 말든, 정리가 되었든 되지 않았든, 내집을 생각해 낸 그녀가 고마웠다.

아이가 사용하는 방을 정리하고 이불을 바꾸고 향초를 피운다. 갑자기 부산해진 내가 우습기도 하다. 그래, 이렇게 누군가 내집에 와서 하룻밤 머물고 가면 되겠구나 싶다. 침대 머리맡에 탁자를 넣어두어 그녀의 짐을 풀게 하리라. 마음도 내려놓을 수 있기를 빌면서

누구나 살면서 겪게 되는 갈등이 있지만 같은 문제로 계속 겪어야 한다면 힘든 일이다. 수십 년을 살아도 좁혀지지 않는 거리 때문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쉽게 정리하지 못하는 우리 세대들에게는 일관되게 부모라는 배경이 있다. 절대로 집을 나와서는 안 되고, 헤어져서도 안 되는 부모님의 말씀이 가로 막고 있다. 그에 비하면 나의 어머니는 일찍 열린 사고를 하셨나보다. ‘살다가 개선의 여지가 없으면 언제든지 돌아오너라. 문은 언제나 열어두겠다.’ 하셨다. 그런 이유였을까. 나는 내 인생을 주도적이고 살았고 크게 후회도 없다.

차가운 마룻바닥에 전기매트를 깔았다. 장판으로 기능하던 것에다 코드를 연결하고 온도를 높인다. 맨바닥으로 있는 동안은 크게 따뜻하지 않지만 그 위에 얇은 이불 하나를 펼쳐 놓았더니 온기가 달아나지 않고 제법 따뜻하다.

후배가 다녀간 방을 정리한다. 내집에서 지낸 하루가 그녀에게 따뜻함으로 남았으면 싶다. 시린 등 토닥이며 얇은 이불이라도 되어 주었을까 궁금해진다. 손님처럼 후다닥 다녀갔지만 마음 한쪽에 웃음이 있는 작은 기억하나 만들어 갔으면 싶다. 아침에 일어나 둑길을 걸으며 나누던 이야기, 비스듬히 소파에 기대어 잠시 모든 거 잊고 기분 좋게 깔깔거리던 목소리를 기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편안해졌으면 좋겠다. 용감하게 자신의 인생을 위해 도전해 보았으면 좋겠다. 그녀를 옭아매고 있는 세상의 모든 시선들을 걷어내고 자신을 향해 반짝이는 눈으로 집중했으면 좋겠다.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는 가을 아침이다. 마당에 나가 이 꽃 저 꽃에게 인사를 건네며 신기해 하던 그녀의 모습이 마당에 가을 기운과 함께 되살아난다. 자신을 위한 시간으로 남은 인생이 채워지기를 빌어본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인생의 주인공은 자신이다. 그 역할에 충실하다가 막이 내릴 때쯤에는 감사의 인사를 하고 무대를 내려가야 하리라. 아직도 내 화단에 보랏빛 도라지꽃은 상냥하고 알프스 민들레는 몸을 낮추어 가족을 늘리는 중이다. 내아이가 도라지꽃을 가리키며 묻는다. ‘엄마, 이건 나팔꽃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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