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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흐르고 꽃피는 곳에 산다는 것의 고마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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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흐르고 꽃피는 곳에 산다는 것의 고마움

이현도(논설위원,언어학박사)


'정좌처차반향초(靜坐處茶半香初) 묘용시수류화개(妙用時水流花開)'라는 차시(茶詩)는 중국 송대(宋代)의 시인 황정견이 쓴 시로 추정하기도 하지만 작자가 미상이다.
이 시를 번역하려고 하면 애매하기도 하거니와 번역도 각양각색이다. 또 번역해 놓고 보면 왠지 시의 묘미를 잃어버린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공간과 시간, 체와 용의 대비를 이루는 한자(漢字)의 대구(對句)에 맛이 묻어나는 시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한문 그대로 두는 것이 훨씬 나은 시다.
시의 이미지만 그려 보자. 정좌(靜坐)를 하고 차를 반쯤 마셨다. 입안에 가득 밴 차의 향기를 고요히 음미한다. 방금 피운 향내음이 그윽하다. 그리고 삼매(三昧)에 든다. 마음속에는 묘용이 일어난다. 입안을 적신 차의 묘용이다. 몽경(夢境)인가, 깊은 산 속인가. 오묘하고 그윽한 조화 속에서 물 흐르고 꽃이 핀다.
봄철 산방에 앉아 차를 음미할 때 어울리는 시다. 뭐니뭐니 해도 이 시는 하동 화개에 딱 어울리는 시라고 생각한다. 화개면 탑리에 ‘수류화개(水流花開)’라고 현판을 건 집도 있더라만, 나는 화개라는 지명이 이 시에 유래를 두고 있지 않나 하고 생각을 해 봤다. 평사낙안(平沙落雁), 동정추월(洞庭秋月), 한산모종(寒山暮鐘) 등 소상팔경의 그림을 하동군 악양면의 지명에 옮겨 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차시(茶詩)를 하동군 화개면에 옮겨놓았다고 본다.
이와같은 시적 지명의 예가 더러 있다. 남해안의 섬 욕지도(欲知島), 두미도(頭尾島), 문어포(問於浦) 그리고 남해 보리암에서 보이는 세존도(世尊島)는 어느 것이 먼저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욕지(欲知)두미(頭尾)하거든 문어(問於)세존(世尊)하라’는 옛 글에 연관을 두고 있다. “처음과 끝을 알려고 하거든 세존께 물어보라.”
나는 하동군 화개면 부춘리의 산 속 산방에 앉아 열려진 창을 내다보고 있다. 집주소를 풀어서 쓰면 강동쪽 군[河東郡] 꽃피는 면[花開面]이고 봄이 풍성한 마을[富春里]이므로, 내가 사는 동네는 지명에서 이미 깊은 봄 속에 푸욱 빠져 있는 셈이다. 온 산천이 꽃과 새소리와 물소리로 가득 차 있다. 장자의 생각처럼, 내가 산인지 산이 나인지 모를 정도로 산심수심(山心水心)이 되어 있다.
하동화개가 가장 이름값을 하는 철은 봄철이다. 봄이 풍성한 동네이다. 고로쇠부터 시작해서 매화, 산수유, 벚꽃, 배꽃, 그리고 녹차에 이르기까지 봄의 처음과 끝을 다 갖고 있어 봄은 하동화개를 위해 있는 계절이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이다.
실제로 화개동은 풍수상으로 연꽃봉오리라고 한다. 화개동의 200리 밖에서부터 백두대간의 끝자락이 화개를 향해 계속해서 꽃잎을 쌓아 오고 있다. 꽃잎은 화개동의 서쪽인 구례의 문수골에서 한번 감아 돌고 피아골에 와서 또 감아 돈다. 또 동쪽방향에서는 청암 묵계에서 감아 돌기 시작해서 적량과 악양에서 또 감아 돈다. 동과 서 그리고 남과 북이 겹겹이 싸서 꽃봉오리를 만들어낸 것이 화개이다. 좀 과장해서 이야기 하자면 지리산이 화개동이라는 꽃을 피우기 위해 존재하고, 우리와 우리 선조들은 이 꽃을 그리워하며 살고 있고 살아왔다.
지명이라는 것이 대개 명사 + 명사이거나 형용사 + 명사인데, ‘화개’라는 지명은 이와는 거꾸로 명사 + 동사이다. "꽃이 핀다."
지명에 '꽃'이라는 이름씨 보다 '핀다'라는 움직씨를 뒤로 옮긴 이유는 이 동네가 상춘지지(常春之地)이기 때문이다. 인간 세상에는 사철이 있지만 이곳은 늘 꽃 피는 봄이 있는 선경(仙境)이라는 뜻이다. 늘봄이다. 봄이 현재진행형인 땅이라는 이야기이다.
쌍계사의 창건기에 따르면 삼법스님이 육조 혜능의 정상을 중국서 가져와 지리산 남록을 헤매면서 한겨울 눈 속에서도 칡꽃이 만발한 양지를 찾아 육조의 정상을 모신 곳이 화개동의 쌍계사이다. 쌍계사 창건기도 하동 화개라는 이미지는 늘봄이다. 사계절이 물 흐르고 꽃피는 동네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진정으로 살고 싶어 하는 이상향이라는 이야기이다.
옛 선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상세계인 청학동을 찾아 헤맨 곳이 하동이고 청학동을 화개에서 많이 찾았던 것도 지명이 뿜어내고 있는 상징성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나는 산방의 당호를 불출(不出)이라고 지어 놓고, 특히 봄이면 산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다. 물 흐르고 꽃 피는 산이 너무 사랑스러워 촌음이라도 산을 떠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산간 마을의 풍성한 봄. 산과 물이 고맙고 나와 더불어 사는 이웃사람들이 한없이 고맙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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