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이 같은 금액을 공동 투자하여 100달러를 벌었다면 33.333달러씩을 나누면 될 것이다. 그런데 전부 5달러 짜리 뿐이어서 나누는 방법은 35, 35, 30달러로 나누는 것이다. 이 때 대부분 35달러를 갖고 싶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은 30달러를 갖겠다고 할 가능성이 높다. 5달러 양보한 사람은 당장은 손해지만 ‘좋은 사람’이라는 관계를 얻기 때문이다.미국의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나쁜 관계 속에 있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이 낫다” 고 200여년 전에 말 한 바 있지만, 그 중요성은 오늘날도 전혀 변함이 없...
대청마루에 다듬잇돌이 보인다. 슬그머니 다가가 쓰다듬어 본다. 제법 실해 보인다. 어릴 때 외가에 가서 들었던 그 다듬잇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도닥도닥, 또르락 딱딱 또르락 딱딱, 또르락또르락.신나겠다. 둘러보니 다듬잇방망이는 보이지 않는다. 고만고만한 몽둥이 하나를 주워 들고 두들겨 본다. 탁탁, 타닥타닥. 제 소리가 날 리 만무하다. 그래도 나는 멈추지 않는다. 실제로는 둔탁한 소리가 나도 내 귀에는 예전에 들었던 그 소리가 들리는 듯해서다.“얘, 얘. 그만 두들겨라.”나는 깜짝 놀라 손을 멈춘다.“다듬잇돌이 말을 하네?”“...
좋은 계절이다. 가뭄으로 목말라 있던 반도에 농사철이 다가오자 적당한 비까지 내려 말라있던 평사리 무딤이들의 우리밀이 더욱 노오랗게 익더니 지금 밀수확이 한창이다. 그 밀을 수확하는 콤바인 뒤를 이름을 알 수 없는 왜가리과의 새들이 종종걸음으로 뒤따르고 수확이 끝난 논의 가장자리에는 못자리를 만들기 위하여 물을 가뒀다. 비로소 옛적 보릿고개가 끝나는 시점이다. 그래서 더 좋은 계절이다.오동꽃 지니 아카시아, 때죽나무, 층층나무들이 소복의 색으로 꽃들을 피워 세상을 더욱 깨끗하게 만드는 것만 같다. 어쩌면 죽기에도 좋은 계절이 될 것...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장 빠르게 가는 방법은? 비행기일까? KTX일까? 정답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는 것이다.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우리 세대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마음가짐을 바꾸면 삶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다”고 주창하였다. 요즘은 유독 ‘행복’이라는 단어가 많이 회자된다. 경제 상황이 어려운 탓도 있지만, 생활수준이 개선되면서 그 동안 미쳐 돌아보지 못했던 인생의 궁극적 가치를 좀 더 생각할 수 있는 단계가 되었기 때문이다. 직장인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것은 행복한 직장인은 업무성과도 좋다는 것이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
미국 펜실베니아주에 아미쉬빌리지라는 곳이 있다. 아미쉬인들이 사는 마을이다. 이들은 16세기 유럽에서 일어난 다양한 종교개혁운동 중 한 갈래로 재세례운동에 뿌리를 둔 기독교 종교공동체이다. 아미쉬란 재세례운동파의 목사 야콥 암만(Jakob Amman)의 이름에서 유래한다. 암만은 매우 엄격한 개혁을 주장하다 1693년 다른 재세례파 교인들에 의해 파면당한 목사이다. 아미쉬는 암만을 추종하는 종파이다. 일테면 암만주의자다. 아미쉬 빌리지의 아미쉬인들은 독일, 스위스, 프랑스 알사스 지방에 살던 독일어권 사람들로, 이 지역에서 심한 종...
최참판댁 안채에서 행랑채로 가려면 중간채를 지나야 한다. 안채나 사랑채 넓은 대청마루에 앉아 있는 것보다 행랑채 좁은 마루에 엉덩이를 걸치고 있는 게 더 편하다. 나도 모르게 행랑채에 가 앉게 된다.“그래도 자네는 뼈대 있는 양반가의 자손이 아닌가?”중간채 뒤편에 있던 뒤주가 내게 말을 건다.“그거야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 이야기 아닌가. 나한테야 기억에도 없는 호랭이 담배 먹던 때 일인걸 뭐.”“아무리 그래도 피는 속이지 못하는 법. 양반의 피를 받은 자네가 비루먹은 강생이처럼 행랑채에서 비비적거리는 걸 조상님들이 보면 뭐라 ...
세상일이 참으로 팍팍하게 돈다. 물론 돈다는 것은 세월의 감을 이야기하는 것이겠지만 그 지나는 시간이 수월치 않고 힘들고 모질다는 말이 팍팍하고 어지럽고 너무 지저분하다는 데 우리들의 울분이 터져 나오는 것일 게다. 그러나 세상일이 힘들고 팍팍하게 돌아간다 하여 계절이 주는 행복마저도 놓친다면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지금 세상은 온통 연두, 그 여린 색들로 치장되고 있다.바야흐로 5월이다. 우리 건너 집 담장에는 넝쿨장미가 붉디붉은 웃음들을 흘리며 거리를 밝힐 것이고 늘 꽃이 피는 19번 국도를 가로지르면 茶香 가득 실은 섬진강도 ...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진 두 사람이 자신의 일을 소개한다. 의류판매원이 말했다. “나는 매일 옷 더미에 묻혀 지내지만 그래도 철마다 옷이 싹 바뀌니 좋아.” 그러자 우체국에서 소인 찍는 직원이 말했다. “나는 매일 다른 일을 하니까 좋아.” 의류 판매원이 반문한다. “야, 너는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거 아냐?” 그러자 우체국 직원이 대꾸한다. “똑같지 않아. 매일 소인날짜가 달라.” 직장 일의 따분함을 빗댄 유머이다.‘열심히 일한 자, 떠나라’는 여행사 광고처럼 직장인들은 일에서 잠시나마 벗어나는 것이 소망이다. 그러나 많은 연...
읍내 시장에서 잡화상을 하셨던 아버지는 ‘이야기’를 싫어했다. 당신 스스로도 과묵하셨고, 남이 따따부따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도 질색팔색을 했다.그런데 명색이 집안 장남인 내가 ‘이야기’를 좋아했으니 일찍부터 아버지 눈밖에 난 것은 불문가지. 눈이 와도 태풍이 몰아쳐도, 일 년 365일 명절에도 가게 문을 닫지 않고 ‘애탕고탕’ 고생한 게 오로지 자식새끼들 위하느라 그런 것인데 틈만 나면 만화나 동화, 소설책을 끼고 살았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당신에게는 교과서나 참고서 외에 다른 책은 몽땅 쓰레기였다.나는 자주 거짓말을 했고 또 자주...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건너 마을 젊은 처자 꽃 따러 오거든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가 줘김동환의 봄이 오면 부분지천에 꽃이다. 인간들이 시간을 어기게 만들어 매화가 채 다 지기도 전에 개나리, 목련, 앵두, 심지어는 벚나무까지 꽃을 피워대기 시작한다. 그 세계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유발하는 무언가가 있는 듯싶어 씁쓸하기 그지없다.위에 인용한 노래는 국경의 밤으로 널리 알려진 파인 김동환 선생의 시에다 김동진 선생이 곡을 붙여 우리 국민들 사이에 널리 불려졌던 대표적 봄노래이다. “봄이 오...
'정좌처차반향초(靜坐處茶半香初) 묘용시수류화개(妙用時水流花開)'라는 차시(茶詩)는 중국 송대(宋代)의 시인 황정견이 쓴 시로 추정하기도 하지만 작자가 미상이다. 이 시를 번역하려고 하면 애매하기도 하거니와 번역도 각양각색이다. 또 번역해 놓고 보면 왠지 시의 묘미를 잃어버린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공간과 시간, 체와 용의 대비를 이루는 한자(漢字)의 대구(對句)에 맛이 묻어나는 시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한문 그대로 두는 것이 훨씬 나은 시다. 시의 이미지만 그려 보자. 정좌(靜坐)를 하고 차를 반쯤 마셨다. 입안에 가득 밴 차의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