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가 내린다. 얼었던 것들이 녹는다. 마당 가운데 놓여 있는 큰 통에 담긴 빗물은 날씨에 따라 얼음이 얼었다 녹았다 한다. 조금 더 추운 날은 두껍게, 덜 추운 날은 얇게 얼려 그 날을 연출한다. 비가 내리면 화단 주변에 떨어진 나뭇잎들로 온 마당이 을씨년스러워진다. 잠깐 비가 멈춘 사이에 키가 큰 비로 눈에 띄는 곳이라도 비질을 해본다. 녹은 흙은 부드럽고 비에 젖은 나뭇잎을 치우기가 쉽지 않다. 장갑 낀 손으로 나뭇잎을 줍던 나에게 인사를 건네는 작은 것들이 있다. 수선화다. 1월 초에 소한이 지나고 엊그제 대한이 지났...
새로운 에이아이(AI) 서비스가 나올수록 더욱 필요한 것이 있다. AI 서비스를 받거나 이용하는 쪽, 사용자가 제대로 치고 나가야 한다. 20여 년 전, 미국 동부 유명한 대학에서 한 학기 동안 홈페이지를 만들어 돈을 벌게 하는 과목이 있었다. 교수는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하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다. 질문에 답하는 수준이다. 학기 말 평가가 있었다. 학생 각자가 얼마를 벌었는지 체크 했다. 학생들이 벌어드린 돈의 최대와 최소는 100배 차이로 벌어졌다. 교수는 제일 많이 번 학생에게 질문한다...
왕비샘 안내판 앞에 섰다. 〈금오산에서 뻗어 내려온 신덕마을의 웃담 남쪽 기슭에 조그만 샘이 있다. 옛날 어느 왕이 이곳을 지나다가 몹시 목이 갈해 물을 긷고 있던 처녀에게 물을 청하니 처녀는 물을 한바가지 떠서 버들잎을 훑어 넣어 왕에게 주었다. 왕은 이상히 여겨 왜 버들잎을 넣느냐고 물으니 처녀가 목이 마른 상태에서 급히 물을 마시게 되면 몸이 상할까 염려되어 그렇게 하였다고 대답하였다. 왕은 기특하게 생각하고 후일 그 처녀를 불러 왕비로 삼았다〉. 한적한 곳에서 대하는 안내문은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한다. 그 왕은 과연 누구일...
일기마을에서 주교천 위에 걸쳐진 명교다리(銘橋橋)를 건너자 둑길에 목재합판 안내판을 볼 수 있다. 유선형 테두리 안에 나비가 날개를 펴고 날아드는 그림 앞에 〈명교리. 전통과 문화가 숨쉬는…성평권역 배드리길〉로 제목을 뽑고 글과 지형도로 꾸몄다. 좌측 아래 ‘코스범례’는 겨우 읽을 수 있고 안내는 지워졌다. 드문드문 글귀와 그림은 떨어져 나갔지만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역사적 자료를 펼쳤다. 〈1914년 4월 1일 행정구역 개편 이전에는 고현면(古縣面)이었다. 이때 명교(銘橋)와 일기(日基)를 합쳐 명교리(銘橋里)라 하였다. 명교마...
외국계 은행 서울 지점이 광화문 현대식 고층빌딩에 입주해 있었다. 모 지점장은 비서 한 명을 두고 있었다. 비서가 일을 처리한다. 지점장은 모두 말로만 지시한다. 비서가 일을 잘 처리할수록 지점장은 간단한 말로 지시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비서는 일을 더욱 잘 처리한다. 지점장은 지시 사항을 더욱 줄여서 말한다. 남이 들으면 암호 같다. 발음도 점차 정확하지 않게 된다. 동물 신음 소리 같이 내기도 한다. 업무는 잘 돌아간다. 문제는 지점장이 점차 균형감각을 상실하여 가고 있었다. 비용으로 처리해서는 안 되는 사적 물...
농협 하동군지부는 조창수(50) 신임 지부장이 지난 1월 1일 자로 부임해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조창수 지부장은 경남 용마고, 진주산업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농협에 입사해 고성군지부 과장, 농협은행 종합기획부 팀장, 농협중앙회 기획팀장을 거쳐 하동군지부장으로 부임했다. 조 지부장은 ”하동군에서 농협지부장으로 근무하게 돼 큰 영광이며, 하동군과 지역농축협 등 유관기관과 적극 힘을 모아 하동군 농업과 농촌경제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1990년 7월 짙은 안개 속에서 조업하던 100톤급 어선이 여수에서 기름을 싣고 부산으로 향하던 430톤급 유조선 선미 부분을 들이받아 약 150드럼의 벙커C유가 흘러나와 조류를 타고 남해안 섬 주변 바위들은 시꺼멓게 오염시키고 있었다. 사고가 나자 사고해역 일대에 유화제를 살포하는 등 기름 제거 작업을 하였으나 확산 면적이 넓어 많은 사람이 기름 제거 작업에 참여했다. 하동군에서도 실과별로 조를 짜서 순차적으로 기름제거 작업 지원에 나섰는데 산림과와 사회복지과가 한 조가 되어 참여하게 되었다. 내일은 우리 과와 산림과에...
안명영(전 하동고 교장) 우리는 중국의 후한 말 위촉오 역사에 친숙하다. 고구려 신라 백제의 영웅 보다 조조 유비 손권, 제갈량, 주유 등을 잘 알고 있다. 책은 재미가 있어야 읽혀지는 것이다. 역사책을 애독하는 사람은 소수일 것이다! 위촉오 역사서는 三國志(삼국지)이며 280년에 진수가 기전체로 편찬하였다. 제왕의 전기는 본기(本紀)이며 신하의 전기는 열전(列傳)으로 구성되어 조조는 무제紀. 유비는 선주傳, 손권은 오주傳, 제갈량은 재갈량傳, 주유는 주유傳 등이다. 원나라 말 나관중은 당시 유행하던 창극의 대사와 1000여년 이...
안명영(전 하동고 교장) 七왕자는 기야산으로 들어간다. 칠불봉 아래에서 불도를 닦으며 수도하였다는 칠불암의 주춧돌은 여기저기 널려 있다. 정상에 자연석을 세우고 세로 글씨로 伽倻山/牛頭峰/상왕봉. 하단에 가로로 해발 1430m 陜川郡을 새겼다. 가야산, 우두봉, 합천군은 한자로 표기되었고 특이하게 牛頭峰 옆에 상왕봉을 나란히 적어 봉우리 하나에 이름이 두 개라는 것을 알게 한다. 가야산은 조선 8경의 하나로 주봉 상왕봉(象王峯)을 중심으로 톱날 같은 두리봉, 남산, 비계산, 북두산 등 해발 1000m 넘는 고봉들이 이어졌고 그 복판...
안명영(전 하동고 교장) 가야는 낙동강 동쪽 일부 지역을 포함하여 하류와 남해안을 중심으로 지리산과 가야산 일대에 위치하였다. 동으로 신라 서쪽은 백제, 북으로 고구려에 접하고 왜와도 교류가 있었다. 김해 금관가야와 고령 대가야는 각각 전・후기 가야연맹체의 주도적 역할을 하였다. 562년 대가야가 신라에 멸망함으로써 나머지 가야국도 병합되었다. 가야는 삼국과 오랜 경쟁 관계를 유지했다. 가야국을 아울러 사국(四國)으로 역사의 폭을 넓어야 할 것이다. 가락국 9명 추장이 구지봉에서 신의 계시대로 흙을 파헤치며 백성들에게 “거북아 ...
마약 청년에 노출 여호영 대한민국에는 세종시 인구만큼의 마약 중독자가 삶의 나락에 빠져 있다. 처음에는 극단적 쾌락과 행복을 추구하려고 시작할 수 있다. 한번 손을 대면 그 행복은 금방 사라지고, 이 다음부터 느껴지는 것은 끊임없이 강해지는 고통뿐이다. 그 고통 때문에 더 많은 마약을 추구하는 것이다. 서서히 죽어 가는 것이다. 더 일찍. 더 고통스럽게. 불명예스럽게. 마악류 중 펜타닐은 청년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일명 무지개 마약, 차이나 화이트라고도 부른다. 모르핀보다 진통효과가 10...
七왕자 머나먼 구도의 길(Ⅰ)안명영(전 하동고 교장) 가야는 낙동강 동쪽 일부 지역을 포함하여 하류와 남해안을 중심으로 지리산과 가야산 일대에 위치하였다. 동으로 신라 서쪽은 백제, 북으로 고구려에 접하고 왜와도 교류가 있었다. 김해 금관가야와 고령 대가야는 각각 전・후기 가야연맹체의 주도적 역할을 하였다. 562년 대가야가 신라에 멸망함으로써 나머지 가야국도 병합되었다. 가야는 삼국과 오랜 경쟁 관계를 유지했다. 가야국을 아울러 사국(四國)으로 역사의 폭을 넓어야 할 것이다. 가락국 9명 추장이 구지봉에서 신의 계시대로 흙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