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년 전에는 대한민국이 넛 크래커에 끼인 잣 같다고 했다. 아이엠에프 시절 대한민국을 바라보던 시각이었다. 일본의 자본과 기술, 중국의 추격하는 기술과 제조능력 때문에 한국의 미래 위상이 걱정된다는 의미였다. 대한민국은 아이엠에프를 슬기롭게 극복하였다. 구조조정에 성공한 것이다. 미래지향적이지 않은 것, 지속발전가능하지 않은 것들과 과감하게 결별했다. 전세계가 미래 먹거리로 여기고 있는 것들에 대한민국은 모두다 선전하고 있다. 원전, 2차 전지, 자동차(엔진, 전기, 무인), 반도체, 인공지능, 로봇 등에서 세계...
‘너 올라오면 보여 줄 사람이 있어.’ 몇 달 전부터 친구는 내게 이야기 하였다. 파크골프를 하면서 만난 인연인데 자꾸 마음이 쓰이는 사람이라며 내게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아직도 병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친구는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운동을 한다. 파크골프는 혼자서 할 수 없어 매번 멤버들이 필요하고, 그 역할을 하다 보니 클럽을 만들고 클럽장을 하고 있다. 한 번 시작하면 제대로 하는 성격이라 대회에도 나가고 신입회원들을 지도하는 감독 역할도 열심히 하는 것 같았다. 추석을 지낸 주말 나는 가을 기차를 탔다. ‘너...
도로변 쇠기둥에 달린 ‘판소리 기념관’을 보고 길을 잡았다. 2004년 완공된 길이 34m의 중대교 앞에 섰다. 골짜기 물이 모여 물레방아 돌릴 위력이고 바위에 부딪쳐 천둥소리를 내며 물거품은 여울지건만 너럭바위는 예나지금이나 움쩍하지 않는다. 다리 건너 오름길에서 오른쪽으로 수로 따라 가다 들 가운데로 가노라면 양면 주차가 가능한 넓은 길이 나온다. 저 멀리 병풍을 두른 듯한 산에 볼록볼록 봉우리 꿈틀거리고 아래 숲속에 기와집이 보인다. 담 벽에 밀착되게 입간판을 세웠다. 명창 유성준 이선유 판소리 기념관(名唱 劉成俊 李先有 ...
공무원은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의도와 계략에 의해서 증가되고 있는 면이 강하다. 증원에 관한 한, 한 부서 소속 공무원들은 한 마음 한 뜻으로 귀결한다. 우리 부서에 업무가 조금 늘어났으니, 신임 담당자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른다. 충원을 요청한다. 신임이 부임한다. 이 부서는 내부적으로 이 신임을 관리하는 등의 새로운 업무가 또 늘어난다. 또 새로운 신임의 충원을 요구한다.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 순간에도 공무원의 숫자는 늘어나고 있다. 이런 현상을 파킨슨 법칙이라고 한다. 공무원들은 전직 등에 의한 직무...
취간림 입구에 한글 〔국가산림자산 악양 취간림 지정 목적 및 사유〕라는 안내판이 있다. 〈고려 시대부터 악양면 정동리 악양천 변에 수구막이를 위하여 조성된 숲으로 면소재지에 있어 많은 관광객이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유구한 전통을 가진 마을 숲으로 산림문화 자산으로 지정하여 널리 보전할 가치가 있다. 고려말 녹사 한유한(韓惟漢)이 당시 하동의 중심지였던 악양현 외둔 마을에 안착하여 선생의 인품과 학식이 유명하여 가르침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러한 자들이 구름같이 모여 들어 마침내 서당을 열어 후학의 훈도에 정진하였...
한 아름 넘는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나무마다 눈높이 몸통에 두 개씩의 설명판을 가느다란 용수철 띠로 고정되어 있다. 하나는 번호표 또 하나는 나무이름과 설명을 적었다. 띠를 용수철로 한 것이 인상적이다. 철사를 사용한 것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나무는 그 자리에서 부피와 길이 자람을 하는데 제때 교체가 되지 않으면 몸통에 상처가 생긴다. 나무가 말을 한다면 고통을 호소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니 헤아려 주어야 하는 것이다. 취간림에 용수철을 띠로 사용한 것을 보면서 악양사람들의 나무를 위하는 마음을 헤아릴 수 있다. 관리...
인류가 남긴 세계적인 건축물,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타지마할이 삼 백 오십 년 전에 지어 졌다. 인도의 중부 아그라에 위치하고 있다. 델리에서 남쪽으로 약 400킬로 간다. 세계 7대 기적으도 선정되었다. 건축 주는 당시 무굴 제국 황제였다. 세계 유일의 건축물이길 원했다. 흰색 대리석 판에 상감기법으로 각 가지 다른 색채를 띄는 보석으로 문양을 조성했다. 지금껏 하자 없이 완벽하게 보존되고 있다. 황제가 조영에 참여한 이만 명 장인들의 손목을 잘랐다는 설화가 전해 진다. 이와 같은 건축물을 다른 곳에서 다신 짖...
연극이 끝난 무대를 바라본다. ‘그 여자가 행복했을까요?’ 극중 진행자가 관객을 위해 묻는다. 티켓을 받으면서 함께 받은 하트가 그려진 종이를 사용할 때가 되었나보다. 한쪽은 빨간색 하트 그 반대쪽은 검은색 하트가 A4 반절 크기의 종이에 가득하다. 좋은 연극 한 편을 보았다. 그 여자는 그 남자를 사랑하였다. 온 마음을 바쳐, 아니 온 생애를 바쳐 그 남자를 사랑하였다. 그 사랑으로 그 여자는 행복했을까. 같이 간 우리는 빨간색 하트를 들었다. 그렇게 약속한 것도 서로에게 말을 한 것도 아니었지만… 그 여자의 사랑이 눈물겹도록 ...
2만 3천명이나 고용하고 있는 코레일을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 아무런 리더쉽이 없는 정부가 걱정이다. 철도 차량을 이용하는 영업부문을 민영화하려고 하는데 코레일은 결사코 반대한다. 자유시장 경제를 영위한 모든 국가들이 철도 차량 영업에 대해서는 민영화하여 잘 돌아가고 있다. 민영화 반대 논리는 날이 갈수록 옹색해진다. 정부 입장은 코레일의 만성적 적자를 점차 줄여 보고 싶은 것이다. 나라 살림에서 적자가 점점 더 커지는 형태로는 두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해마다 적자의 규모를 줄이고 싶다. 현재의 경영 구조로 봐서...
‘그렇게라도 말해주는 사람이 있어 다행이다.’ ‘욕구가 없는 게 더 큰일이야.’ 신형의 휴대폰이나 스피커, 신형의 컴퓨터나 마우스까지 관심이 많은 동생이 있다. 과학교사인 동생은 사는데 큰 재미가 없는 사람처럼 보여서 항상 마음이 아팠다. 크게 즐거운 일도 크게 고민하는 일도 없이 덤덤하게 세상을 살고, 더군다나 미혼이라는 이유로 어머니를 책임진 사람이기도 하다. 이번 연휴에 아이들이 있는 일본을 가는 친구가 있다. 조심스레 동생이 묻는다. ‘그 언니가 언제 일본을 가?’ 하고 물어온다. 처음에 그 이유를 생각하지도 ...
‘사이비 기자’ 논란으로 하동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발단은 지난 17일 하동에서 폭넓은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이 모씨가 자신의 SNS 계정에 일부 지역언론 기자의 횡포와 비리를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이 사태를 계기로 사이비 언론과 사이비 기자에 시달리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구체적으로 어떤 기자가 ‘사이비 기자’이고 ‘사이비 언론’인지 알아두면 좋을 법 하다. 일반적으로 ‘사이비 기자’란 ‘언론인이란 직책을 이용해 비리를 저지르는 기자’를 말하지만, 다양한 형태로 변이를 거쳐 콕 집어 말하기 애매한 경우도 있다. 언론 전문...
악양 구재봉 기슭에는 1955년 개교한 악양중학교가 있다. 조회대 우측 화단에 단을 세우고 그 위에 희귀한 돌을 얹었다. 옆에서 보면 등껍질과 꼬리와 머리 부위가 영락없는 거북이다. 앞에서 보면 잘록한 목에 볼록 나온 머리의 향하는 방향은 교문에 있는 히말라야시다이며 등・하교하는 학생들을 반겨주고 배웅하고 있다. 히말라야시다는 땅에 거의 닿을 듯이 아래로 늘어진 가지가 사방으로 길게 뻗어 있으며, 위로 갈수록 차츰 짧아져서 전체적으로 원뿔모양의 아름다운 자태를 만든다. 자연 그대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자연미인’이지만 적당한 높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