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인이 찍힌 손편지를 받고 싶다. 내용이 무엇이든 크게 상관하고 싶지도 않다. 그 편지를 쓰는 동안 나를 생각하며 고민하고 있을 그 모습은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내 글쓰기의 시작은 쪽지 쓰는 일로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속마음을 입으로 하기가 민망하여 글로 전하던 시절이 있었다. 친구 간 편지가 그랬고, 가족 간의 편지도 있었고 조금 더 자라서는 연애편지도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정성스레 편지를 써서 내 책상 위에 툭 떨어뜨리고 달아난 친구는 지금도 내 단짝이다. 어른이 되어서도 서로 편지를 주고받았었는데 휴대폰 이후로 우리의 편...
수학은 국력이다.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이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 나고 있다. 초등6년생 중 36.5%, 중등 3학년생 중 46.2%, 고등 3년생 중 59.7%가 수학을 포기한 학생이라는 통계가 있다. 국력에는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가 있다. 수학은 소프트 파워를 이루는 핵심 요소이다. 수학을 살려야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다. 이공계 대학의 교수들은 신입 학생들의 수학 실력이 날로 떨어져 가고 있다고 말한다.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에게 과외 활동으로 수학을 가르친다. 수학은 다른 과목들과 다르다. 국영 과목은 열심히...
12월이다. 빨강과 초록이 어울리는 달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 캐롤이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하는 달이다. 복잡한 생각들이 머리를 채우는 요즘, 굴러다니는 털실을 찾아 목도리를 뜨기 시작한다. 잡생각을 없애고 손을 움직이는 일로는 뜨개질만한 것이 없다. 올겨울 완성해서 사용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 쿡 웃음이 난다. 겨울이면 생각나는 이야기 하나가 있다. 벌써 20년도 훨씬 지난 일이지만 어제처럼 생생하다. 그해 겨울, 내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목도리를 만들어주겠다고 선언한 순영이는 붉은색 뜨개실과 대바늘을 가방에 넣고 다녔다. 초등학교...
5.16 정부의 기술 관련 1961년도에 입법 성과는 지금의 국회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경제기획원 내에 기술관리국을 신설했다. 지금의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원조였다. 특허법과 변리사법을 제정했다. 실용신안법 및 디자인보호법도 그때 제정되었다. 산업표준화법, 계량에관한법률, 전파관리법 등이 함께 제정되어 시행되었다. 60년대 초부터 정부는 외자 도입할 때 기자재·시설을 운영할 기술인력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가졌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핵심은 경제운영을 위한 모델링의 역할을 발견한 것이다. 경제의 순환을 통해 경제의...
난중일기는 충무공이순신이진중에서 쓴일기이다. 임진왜란이 발발하기 3개월 전 선조 25년(1592) 1월 1일부터 선조 31년(1598)11월 17일까지를 기록한 것으로 국보이다. 난중일기란 제목은 이순신 사후 200년이 지나 정조때이충무공전서(李忠武公全書)를 편집할 때 붙여진 이름이다. 난중일기 백의종군편은 1597년 4월 1일부터 8월 2일까지이며 하동으로 들어오고 하동으로 나간다. 도원수 권율 진영으로 가는 길에 악양과 두치에서 각각 1박, 하동읍성에서 2박하고 청수역을 거쳐 북방으로 길을 잡아 덕천강변을 따라 이동한다. 정...
하바드대 한 노 교수가 학생들 앞에서 실험을 하였다. 투명 용기 속에 굴기가 각기 다른 골재를 아무 생각 없이 넣었을 때와 큰 것부터 차근차근 넣었을 대 어느 쪽이 많은 양의 골재가 들어가는지를 실험으로 보여 주었다. 큰 것부터 다음 크기의 것으로 순차적으로 넣었을 때 최대의 양이 들어가는 과정을 보여 주었다. 교수는 ‘중요한 것’부터 먼저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내가 여러분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큰 돌을 가장 먼저 넣지 않았다면 나머지 자갈과 모래는 영원히 집어 넣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여기...
주말엔 막내 여동생을 만나 파크골프를 한다. 횡천골프장이 많이 밀리지 않아서 좋다. 강변에 위치한 횡천골프장은 규모는 작지만 그냥 운동 삼아 걷기가 좋은 곳이다. 주변 산과도 잘 어우러져 있어 바라보는 일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지난 주 처음 방문하고 매주 가보자고 약속을 했다. 사람들이 많은 곳은 기다리느라고 먼저 지쳐버리는 경우가 많아 적당하게 한적한 횡천골프장이 마음에 들었다. 처음엔 그냥저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시작했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귀에 익은 올드 팝송이 마음을 편하게 하고 운동을 나온 사실만으로 위로가...
남명 조식은 1558년 4월 11일부터 25일까지 삼가 계부당 출발-진주 마현-사천-곤양 앞바다-하동포구-쌍계사–신응사-악양-청수역-뇌룡사를 유람하고 《유두류록》을 남긴다. 〈4월 23일. 저녁에 옥종 삼장골에 있는 청수역에 이르렀다. 역관 앞에는 정씨의 정려문이 있다. 정씨는 승지 조지서의 아내이며 문충공 정몽주 현손녀이다. 정려문 건너편에 지족당 조지서 무덤도 있다. 4월 25일. 10여일 동안 동고동락했던 벗들이라 헤어지기가 쉽지 않았다. 남명은 칠송정에 이르러 높은 누각에 오른 뒤에 배를 타고 다회탄을 건넜다. 남명은 한유...
흰색으로 단장된 교문이다. 굵은 기둥이 3개이며 왼쪽과 가운데 기둥은 철재 문을 잡아주고 가운데 기둥과 우측 기둥 사이 열려 있는 문은 샛문이다. 좌측 기둥의 표지석에 〈개교 100주년기념 교문 개축 악양초등학교 총동창회 기증 2022.7.17.〉이다. 선배의 배려를 계단에서 보여 주고 있다. 대리석을 다듬어 12단으로 하고 계단의 높이와 넓이는 초등학생의 신체 조건에 적합하다. 12달로 해가 바뀌며 시계바늘은 12를 기점으로 돌고 돈다. 오르내리면서 1년을 계획하고 반성하며 마음의 시계를 읽으면서 등・하교하는 악양의 새 싹은 미...
지난 금요일 내내 행정망이 마비되어 민원서류 발급이 중단되었다. 88년 행망이 가동된 이래 이런 재난급 사태는 처음 일어났다. 행망 가동 이전에 주민등록등초본 한 통 떼려면 해당 거주지 동사무소까지 찾아갔다. 지금은 전국 어느 지방행정기관이든지 국민이 원하는 민원 서류를 발급해 준다. 행안부 장관은 대한민국 행망이 세계 최고라며 미국 국토안전부 장관과 행망 관련 양자 회담하려 미국 출장 중이었다. 사고가 터지자 급거 귀국했다. 공무원들이 사용하는 내부 전산망에서 작동 오류 문제가 발생했다. 인증서가 담긴 유에스비(US...
가을이 다 가기도 전에 갑자기 찾아온 ‘X언니의 연애’ 이야기로 우리는 부산하다. 악착 같이 세상을 살아온 X언니는 어느 날 찾아온 사람 때문에 소녀가 되었다. 평소 성격이나 그동안 살아온 이력과는 너무도 다르게 하루를 산다. 아침 일찍 물어오는 안부 문자에 눈시울을 붉히고, 그렇게 씩씩하던 언니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얼굴만 붉히고 있다. 두 분 다 아픈 배우자를 간호하다 보내드린 사람들이다. 언니의 남자친구는 30년 이상 병석에 있던 아내를 위해 마음을 다했던 분이라 한다. 자신의 죽은 아내가 ‘당신을 보내준 것 같아요....
수려한 형제봉 정기를 내려 받는 악양초등학교를 찾아 나섰다. 세 가닥 길이 만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한 가닥은 개치・대축・소축・덕계마을 지나 300년 수령의 상수리나무처럼 만수(萬壽)를 보장하는 경로당을 지나 취간림으로 올라오는 길, 다른 가닥은 회남재를 넘고 정동마을로 내려오는 길, 나마지는 외둔・상평・입석・봉대마을로 올라오는 길이다. 삼거리에 세월을 머금은 비석들이 나열되었다. 좌로부터 전학무위원강태진기념비(前學務委員姜態進紀念碑)이다. 흙을 돋우고 돌에 악양면새마을지도자협의회에서 ‘면민의 쉼터 뉴 새마을 운동’ 그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