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초등학교 교사 몇 분이 극단적 선택을 스스로 하였다. 공교육 체계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돌아가셨다. 정국 50여 만명의 교사들의 대부분이 9월 4일을 공교육 멈춤의 날로 선포하고 학생을 뒤로 남기고 학교를 뛰쳐나왔다. 공교육 체계를 손 봐야 할 시점이 한참 늦었다. 전교조가 태어날 때부터 공교육은 배가 산으로 가는 격이 되고 말았다. 2010년 좌파는 학생인권조례를 통과시켰다. 이때부터 상대적으로 교권은 제한되고, 위축되기 시작했다. 학생은 교사와 대등한 관계로 설정되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조례에는 학교에서 ...
‘오는 길에 부추 좀 잘라 오너라.’ ‘꽃이 한참인데 먹을 수 있나요?’ 꽃대를 올려 뻣뻣해진 부추를 먹을 수 있을까. 어머니의 주문에 잠시 주춤거린다. 손바닥만 한 부추밭에 가서 꽃이 핀 부추의 반바닥을 잘라 눕힌다. 뿌리만 남은 부추밭은 수확을 끝낸 논바닥 같다. 작은 아이랑 할머니댁에서 만날 약속을 했다. 오전에 만나서 줄 것도 주고 얼굴도 보고 점심도 먹이고 싶어서였다. 어머니는 나를 만날 생각으로 나는 내아이를 만날 생각으로 주말을 비워놓고 있었다. 아이에게 전화가 오기 전까지 이것저것 챙길 것도 많았다. 옷가지도 챙...
필자는 1987년 ‘월간 경남’ 기자로 발을 들였고, 1989년 도내 모 일간지에 근무하면서 본격적인 언론인의 길을 걸었다. 정통 언론인이 되길 원했고, 그게 걸맞은 실력과 인성을 갖추고자 했다. 늘 지방언론의 역할은 무엇이고, 올바른 언론인의 자세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다양한 부류의 언론인을 보고 때로는 고개를 끄덕였고,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이어 출판사를 13년 운영했고, 자치단체 지방공사 홍보 담당으로 수많은 지역언론과 마주했다. 지역언론의 생태계를 살필 수 있었고, 지역언론인 개개인의 성향은 물론 공...
우리는 입이 가볍고, 방정맞은 사람을 ‘촉새’라고 한다. '입이 가볍다'는 말은 '언행이 경솔하다'는 말이다. 입이 가벼운 사람은 자신에게 담아 두지 못하고 얼른 말이 하고 싶어 안달한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평소 언행이 진지하거나 침착과는 거리가 멀고 경망스럽게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즉흥적으로 말을 많이 하다 보면 본의 아닌 말실수를 많이 하게 되고, 말로 마음의 상처를 주기도 하고, 입기도 한다.경험칙으로 입이 가벼운 사람을 곁에 두면 화를 부를 수 있다. 가급적 경계하고 멀리하는 것이 상책이다.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서구의 자유주의, 개인주의 사조가 물밀듯이 밀려왔고, 경제구조 역시 급속한 산업화, 서구화가 진행되면서 지켜야 할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인 홍익인간을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共同體) 문화가 푸대접을 받았다. ‘나’만 있고 ‘우리’의 가치가 점차 사라진 것이다. 좀 더 사실적으로 표현하면 먹고살기에 바빠 전통문화를 지키고, 가꾸고 싶어도 그럴 여력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지도 모른다. 급속한 사회 구조의 변동은 예전 마을마다 있었던 ‘지역공동체 의식’을 약화시켰고,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양태가 심화되...
지난 6월 하순부터 시작된 지루한 장마가 종착역을 목전에 두고 있다. 장마의 끝은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우리 하동은 지리산 계곡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이 화개, 악양, 적량, 청암, 옥종을 적시고, 섬진강과 백사청송의 송림공원, 노량 해변 등 가족과 연인, 친구들이 쉴 수 있는 다양한 피서 휴양지를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박경리 선생 소설 ‘토지’의 무대인 최참판댁과 악양 평사리 들판과 동정호, 쌍계사와 칠불사, 화개장터, 청학동 삼성궁 등 삶의 여유를 즐기고 더위를 식힐 수 있는 명소들이 곳곳에 있으...
저출산과 고령화 그리고 젊은 인구의 유출 가속화로 우리 지역이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지역소멸’ 위기감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국면이 되었고, 우리 하동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2000년대 들어 저출산과 지역소멸 위기감이 고조되자 정부는 국토균형개발과 지역소멸 대책을 백가쟁명으로 쏟아냈으나 결과는 중구난방에 그쳤고,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각 자치단체의 절박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제대로 된 지역산업 기반이 없는 자치단체의 ‘인구 지키기’ 노력은 안쓰럽다 못해 눈물겨울 정도이다. 전남 강진군은 매...
2000년대 이후 우리 시대의 키워드가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통해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웰빙(Well-Being)’의 바람이 거세게 불더니 어느 순간 마음과 정신의 상처를 치유를 의미하는 ‘힐링’(healing)의 열풍 속에 살고 있다. 아마도 물질적 풍요에 매달리는 현대사회의 부작용을 인지하면서 생겨난 키워드일 것이다. 그러면서 제대로 된 웰빙과 힐링을 위해서는 개개인의 ‘자존감’ 회복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형성됐다. ‘자존감’은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말한다. 자신은 사랑받을 만한 소중한 존재이고, 스스로 유능...
(구)축지초등학교 뒷문으로 나오니 마을 주차장이 있고 정자 옆에 돌을 찰흙 주무르듯 다듬은 비석을 볼 수 있다. 대축마을 입구에서 보았던 그 형태이며 ‘하신대마을의 유래’를 새겼다. 〈서기 1633년에는 예촌동(禮村洞)으로 불린 이곳은 본래 진주목 악양현의 지역으로서 새로 터를 잡았으므로 새터 또는 신대라 하였다. 숙종 28년(1702) 하동군에 편입되고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신대와 신중을 합해 신대리라 했다. 현재는 하신대(비까리), 상신대(새몰)로 구성되어있다. 신대 아래쪽 마을을 볏가리 또는 빗가리라고도 함. 볏가리는 ...
뉴욕에서 우버 택시의 도움으로 편하게 관광을 즐길 수 있었다. 면허 제도를 철저히 수행, 손님의 직무수행 및 친절도 평가도 면허 갱신에 영향을 미친다. 뉴욕에는 자유의 여신 탑으로 가는 선착장 근처에 6.25참전 기념탑이 있다. 명칭은 ’유니버설 솔저‘이다. 6.25 참여국 22개국의 국기와 전상자 수 등이 적혀 있다. 총을 멘 군인을 형상화하여 넓적한 석판을 뚫어 조각해 놓았다. 빈 곳을 통해서도 자유의 여신상을 볼 수 있다. 매년 7월 26일 오전 10시가 되면 조그마한 햇빛이 그리스 국기가 새겨진 석판에 비친...
노란 수세미 꽃이 여기저기 등불을 밝힌다. 이 계절 꽃으로 제법이다. ‘나는 수세미 꽃이 예쁘더라.’ 고 말하던 친구가 생각나 사진으로 안부를 전하기도 한다. 줄로 만든 어설픈 울타리를 타고 가더니, 잡초 가득한 밭고랑을 지나 끝없이 길을 만들고 있다. 해마다 수세미 모종을 사다 울타리 근처에 심는다. 잊지 않고 수세미 차를 만드시는 어머니를 위해서이다. 어머니는 막내 여동생의 기침이 어릴 때 앓은 백일기침을 고치지 못한 고질병이라 여기신다. 한편으로 그 병을 고치지 못한 것을 당신 탓이라 여기시는 것도 같다. 다행히 수세미차가 ...
오후 햇살이 쨍 할 때 큰아이에게 문자가 왔다. ‘오늘 희연이 첫 심부름 했어요.’ ‘어디로?’ ‘바로 앞에 있는 마트에’ ‘뭘 사겠다고?’ ‘먹고 싶은 과자 사겠다고 만 원 챙겨서 가방 들고 다녀왔어요.’ 아이가 시도하는 모든 것은 처음이다. 그 처음을 공유하는 일은 가족 전부에게 뉴스가 되는 일이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혼자서 동네 마트에 과자 한 봉지 사러가는 일이 큰 이야깃거리가 된 지금의 세태가 즐겁지만은 않다. 내가 만나는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도 대부분 돈에 대한 개념이 없다. 혼자서 무엇을 사 본 경험도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