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기사입력 2024.02.0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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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사는 동안 주변에 선생님들은 항상 계신다. 세 살 짜리에게도 배울 것이 있다고 했으니 누구나 선생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방학 동안 열심히 파크골프장을 따라 다닌다. 내가 권해서 시작하게 된 막내 동생이 방학을 맞아 열심히 나를 데리러 오기 때문이다. 북천에 파크골프 클럽이 생기면서 진교구장에 속해 있던 나도 북천으로 옮겨오고 동생도 가입하게 했다.

    소속이 없이 하면 매일 구장 사용료도 내야하고 여러 가지 번거로운 일들이 많아 함께 클럽에 가입시켰다. 방학이후엔 시간이 나지 않고 주말이라도 올 수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방학 동안이라도 함께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러나 하루도 쉬지 않고 아침 일찍 나가자고 하니 추운 날은 힘들기도 하다. 북천에 파크골프장이 없어 북천면사무소에서 만나 함께 횡천의 파크골프장으로 이동한다.

    작년에 멀리 있는 친구의 권유로 시작했지만 운동 파트너도 가까이 없고 내가 사는 북천은 구장이 없어 자주 나갈 수가 없었다.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 채 친구와 몇 번 타지역의 유명한 구장을 여행 삼아 가보면서 더 흥미가 생겼다. 갑자기 파크골프 인구가 늘어나는 바람에 제대로 이론이나 실기교육을 받기도 힘이 들었다. 늘어나는 수요에 비해 구장은 모자라고 가끔 타지역으로 가면 눈치가 보여 자유롭지 못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많아 즐거움이 반감되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북천에 클럽이 생겨 반가웠다. 회원 수도 많고 호응도 좋아 횡천구장 출입이 빈번해지고 단체톡방에서 서로의 안부를 전하기도 한다.

    겨울 아침은 서리로 차갑다. 9시 전에 도착하면 무서리가 내려 반짝거리는 구장이 우릴 반기지만 다행스럽게 일찍 오는 한 팀이 있다. 부부인듯한 그들은 이른 시간을 정해놓고 다니는 듯하다. 우리가 도착할 즈음 그들은 멀리 구장 가운데쯤 있는 걸 보면 우리보다 30분은 더 일찍 온 것 같다. 그 시간 얼어있는 잔디구장은 공 구르는 소리가 데굴데굴 나고 예상보다 멀리 달아나기도 한다. 언 손을 호호불고 볼이 빨갛게 얼어도 홀 인 하는 재미로 열심히들 하고 있다. 대부분은 장갑은 물론 계절에 상관없이 눈만 보이도록 얼굴을 가리는 것이 보통이다. 안경을 낀 나는 마스크 하는 걸 불편해하는 편이다. 불편하기도 하고 얼굴이 햇빛을 보는 게 그렇게 문제가 되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썬크림이라도 챙겨 바르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둘이서 돌지만 주말이 되면 구장은 외부 사람들로 붐빈다. 그럴 때면 어쩔 수 없이 네 명씩 팀을 이루어 나가야한다. 기다리는 사람 없이 게임의 원활한 진행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혼자오거나 혹은 둘이 온 사람들과 맞추어 나가면 둘이서 하는 것보다 배울 점들이 많다. 겨울은 농촌에서는 쉬는 계절이다. 그래서인지 오전에 나오셔서 몇 시간 점심 식사 후 몇 시간 구장에서 지내시는 가까이 사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그 분들은 구장의 특징을 너무나 잘 알고 계신다. 티샷은 어느 곳을 향해 쳐야하고, 홀인을 하기 위해서 어느 쪽으로 볼을 보내야 하는지 설명해 주신다. 어릴 적 구슬치기를 하듯 신나하시는 모습들이 보기 좋다.

    연세가 드셔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내시는 분들이 많아 파크골프 구장에 가면 건강한 어른들이 많이 계신다. 반면에 젊은 친구들도 많이 시작해서 가끔 예쁜 골프복을 차려입은 모습들도 보인다. 우리와 함께 있는 중에 홀인원을 하신 분은 다반사인척 하시지만 해맑게 웃으시며 자랑스러워하시는 모습이 귀여우시다. 건강한 모습의 노년은 보는 사람들마저 건강하게 만드는 선생님들이시다. 벚꽃 핀 구장의 모습을 떠올리며 행복해하는 동생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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