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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3.09.2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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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숙(시인/상담사)

    그렇게라도 말해주는 사람이 있어 다행이다.’ ‘욕구가 없는 게 더 큰일이야.’ 신형의 휴대폰이나 스피커, 신형의 컴퓨터나 마우스까지 관심이 많은 동생이 있다. 과학교사인 동생은 사는데 큰 재미가 없는 사람처럼 보여서 항상 마음이 아팠다. 크게 즐거운 일도 크게 고민하는 일도 없이 덤덤하게 세상을 살고, 더군다나 미혼이라는 이유로 어머니를 책임진 사람이기도 하다.

    이번 연휴에 아이들이 있는 일본을 가는 친구가 있다. 조심스레 동생이 묻는다. ‘그 언니가 언제 일본을 가?’ 하고 물어온다. 처음에 그 이유를 생각하지도 못하고 연휴가 길어서 일본을 가고 싶나?’ 하는 생각까지 했었다. 그럴

    리는 없고평소 동생을 잘 아는 나는 이내 고개를 흔들어 그 생각을 흩어버렸다. ‘? 28일 간다고 했어.’

    무슨 말을 할지 한참을 망설이더니 신형 휴대폰 구입을 부탁해도 될까 물어온다. , 그래서 한참을 뜸을 들였구나. 자신의 돈으로 구입하는 것도 동생은 낭비를 한다고 생각할까봐 조심스러워 한다.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조금 일찍 출시가 된다며 염치없어 한다.

    사정을 설명하고 부탁했더니 흔쾌히 그러마 약속해주는 친구가 고맙다. 성가신 일이고 신경 쓰이는 일인데도 자신의 일처럼 생각해주는 사람이어서 마음 놓고 들이댔는지도 모르겠다.

    잘됐다. 돈은 없지만 갖고 싶어서’ ‘그래, 잘했어. 네가 네게 주는 추석 선물이라 생각해.’ 내게 사달라는 것도 아닌데 내게 미안해하는 동생이 안쓰러워 한마디 해준다. ‘다행이다. 그리 말해주는 사람 있어서이 한마디가 내마음을 아프게 한다.

    사람에게 욕구란 무엇일까. 나를 나답게 하거나, 나를 살아있게 하는 감정이 아닐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한다. 욕구가 일어나기도 전에 모든 게 갖추어져 있는 요즘의 아이들을 만나면 어떤 아이인지 가늠하기 힘들 때가 많다. 절실하게 내가 갖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들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을 욕망하는가?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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