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기자’ 감별법과 근절 방안

기사입력 2023.09.2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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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훈(주필)

     사이비 기자논란으로 하동 지역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발단은 지난 17일 하동에서 폭넓은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이 모씨가 자신의 SNS 계정에 일부 지역언론 기자의 횡포와 비리를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이 사태를 계기로 사이비 언론과 사이비 기자에 시달리는 분들이라면 한 번쯤 구체적으로 어떤 기자가 사이비 기자이고 사이비 언론인지 알아두면 좋을 법 하다.

    일반적으로 사이비 기자언론인이란 직책을 이용해 비리를 저지르는 기자를 말하지만, 다양한 형태로 변이를 거쳐 콕 집어 말하기 애매한 경우도 있다.

    언론 전문지 미디어오늘은 사이비 기자를 권력과 금력에 결탁하여 특정 세력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자 언론을 돈벌이로 이용하는 자 촌지와 향응을 탐닉하는 자 자기 이익을 위해 편파·왜곡 보도를 일삼는 자 진실·정의·양심에 위배된 기사를 작성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소속 매체와 관계없이 개인의 행실에 따라 누구든 사이비 기자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사이비 언론에만 사이비 기자가 있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언론사주 또는 경영진이 사이비 짓이나 파렴치한 범죄 혐의로 처벌받은 경우가 있다면, 해당 언론사 자체를 '사이비 언론'으로 보면 대개 정확하다. 사이비 짓으로 사법기관으로부터 처벌을 받은 경우에는 판별이 쉽지만, 사실 사이비를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 언론이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공공의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언론도 기업으로서 이윤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사기업과 다름없는 이중적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자가 주변의 지인들에게 구독을 권유하고, 혹시 광고가 있으면 연락을 달라는 정도의 소극적인 영업활동마저 사이비로 매도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10가지 특징

    우선 20년 넘게 언론 관련 일을 한 경험으로 비추어 사이비 기자감별법 10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1. 언론사주가 사이비면 사이비 언론이라 단정해도 좋다.

    사주 또는 최고경영자가 사기, 횡령, 폭력, 변호사법 위반 등 파렴치 범죄가 있다면 이 언론은 두말할 것도 없이 사이비 언론이다. 이런 인간이 사주이면 틀림없이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해 언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이런 사이비는 지역 여론을 호도하고, 민의를 왜곡하는 것에 전혀 죄의식이 없다. 오로지 개인의 사리사욕, 좀 더 직설적으로 표현하면 권력에 빌붙고, 돈벌이에 혈안이 되어 있어 편파 왜곡보도는 기본이고, 정의와 양심 나아가 언론의 신뢰성은 안중에도 없다. 자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언론을 권력화하여 지역을 마구잡이로 분탕질한다. 이런 사이비는 지역기관장, 기업인, 지역 정치인이 정기적으로 인사(?)하지 않으면 불같이 화를 낸다. 그리고 지면을 흉기로 사용한다.

    2. 이권 개입에 혈안이 되어 있으면 사이비가 맞다.

    사이비 기자들은 언론사의 영향력을 악용해 이권에 개입하여 반대급부를 받아내는 능력이 출중하다. 주로 관공서 인허가, 공공기관 발주 공사, 관급자재 납품 등에 개입하여 위력, 협박을 행사하여 자신의 배를 불린다. 자신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해당 업종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특정 업체를 등에 업고, 일감을 따주게 하고 일정의 커미션을 먹는 브로커 노릇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3. 촌지, 향응에 익숙하면 사이비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소속 매체와는 관계가 없다. 유력 언론매체라 하더라도 개인에 따라 사이비 기자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특징은 얻어먹고, 받아먹는 데는 통달의 경지에 올라 있다. 당구에서 쓰리쿠션치 듯 어디를 때리면 언제, 어디에서 돈이 나오는지를 귀신같이 안다.

    사이비인가 아닌가의 기준을 덧붙이자면 이런 사이비들은 대부분 기사 쓰는 방법도 모르고 또 쓸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들이 잘하는 것이라곤 혹시 기사라도 쓰게 되면, 해당 기관에 전화해서 은근히 생색을 낸다. 돈 달라는 소리다. 말을 못 알아듣거나 듣지 않으면 약점을 잡아 겁을 주고, 협박에 들어가는 데는 선수급이다.

    그리고 이들은 사실상 사칭의 귀재들이다. 이들은 시도 때도 없이 기자라는 것을 내세운다. 관공서,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술집에서, 목욕탕에서, 산에서도 기자라는 것을 유독 강조한다.

    4. 무늬는 유가지인데 실제는 무가지일 경우 사이비일 확률이 높다.

    신문 구독료는 책정돼 있고, 유가지라고 말은 하는데 실상은 길거리 점포나 특정 기관 등에 무작위로 배포하는 신문이 있다면 사이비일 가능성이 높다. 이들이 신문을 아무 곳에나 배포하는 이유가 자기 과시하고자 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5. 기자증을 들고 다니며 위세 부리는 느낌이면 경계해야 한다.

    옛날 70~80년대 정보기관의 신분증 같은 모양으로 ‘PRESS’ 또는 보도라는 글씨에 빨간줄 사선을 그어 마치 대단한 사람이라도 되는 양 위압적인 신분증을 달고 다닌다면, 의심을 해야 한다. 요즘은 공공기관에서 보도증을 발급하지 않으며, 공식적인 대규모 행사 등이 있을 때 주최기관의 편의상 한시적으로 보도글씨가 있는 표찰을 배부한다. 사이비일수록 '보도' 또는 'PRESS'라는 글씨가 크게 적힌 완장이나 비표 같은 것을 남들 보라는 듯 가지고 다니며, 어떤 사이비들은 교통경찰이 쓰는 경광봉이나 경광등을 갖고 다니기도 한다.

    6. 공갈 협박, 갈취를 일삼으면 100% 사이비다.

    취재는 뒷전이고 공갈, 협박, 갈취할 거리가 되는 정보 수집에 혈안이면 이 역시 사이비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사이비의 주특기가 이권 개입이나 상대의 약점을 잡아 갈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팩트이든 아니든 관계없이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을 법한 사람을 만나 상대를 떠보고, 돌려쳐서 정보를 수집하여 자신의 배를 불리고, 활용하는 재주가 탁월하다.

    7. 어깨 힘이 잔뜩 들어간 기자가 있으면 조심해야 한다.

    사이비는 기사를 제대로 쓰지도 못하면서 간혹 기사를 쓰더라도 자기 배를 불리는데, 도움이 되는 목적을 배경에 깔고 기사를 쓴다. 이들은 알량한 자기 지식을 과시하고, 취재원과의 논쟁은 물론 반드시 상대를 깔아뭉개고 이겨야 직성이 풀린다. ‘취재원과 불필요한 논쟁을 금한다는 취재수칙 1장도 모르는 사이비 중의 사이비다. 그러면서 자기가 쓴 내용에 일부러(?) 특정 기관이나 특정 기업을 언급하고 찾아가거나, 전화해 상대에게 대가를 요구하거나, 희번덕거리며 은근히 겁을 주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8. 기자 직책 외에 여러 가지를 겸업하고 있으면 사이비를 의심해야 한다.

    기자이면서 다른 업종을 같이 하고 있으면 기자라는 직책을 다른 업종의 영업에 이용하기 위해서일 가능성이 100%이고, 이는 사이비 가능성의 순도를 높여 준다. 제대로 된 언론사는 기자에게 겸업이나 겸직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기자가 기자라는 직책 외에 그것이 영리이든 비영리이든 각종 단체에 직책을 가지고 있는 것도 결국 자기 몸집 과시용이 아닌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

    9. 타 언론에 게재된 광고를 보고 전화해서 광고주를 괴롭히는 행위도 사이비의 변형이다.

    다른 언론에 광고주의 자발적인 광고와 언론사 관계자의 발굴형 광고를 보고 전화를 해서 “00언론에는 광고를 주고 왜 나에게는 광고를 주지 않느냐는 항의 전화를 통해 광고를 갈취하는 행위도 사이비의 전형이다. 자기는 우리도 광고를 줄 수 없느냐고 전화했다고 발뺌하겠지만, 전화를 받는 광고주 입장에서는 사실상 협박이고, 커다란 압박의 다름 아니다. 자기가 광고를 유치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타사 언론에 난 광고를 보고 광고를 유치하겠다는 심보는 자생력을 갖춘 언론이기를 포기하고 기생 언론을 하겠다는 의사 표시이다. 이런 행위로 인해 지역언론의 광고시장은 파괴되고 결국 해당 지역언론은 공멸(共滅)의 길을 걷게 된다.

    10. 팩트 체크는 뒷전이고 마구잡이로 배설하듯 기사를 쓴다.

    사이비 기자의 주특기가 제대로 된 취재나 팩트 체크는 하지 않고 배설하듯이 개발새발로 기사를 쓴다. 이들은 팩트를 부풀리고, 소설 냄새가 물씬 나는 기사를 갈기기 바쁘다. 자기가 쓴 기사가 논란이나 문제가 되면 알권리라는 방패에 비굴한 얼굴로 숨기 급급하다.

    우리 사회는 책임없나

    우리 사회에 사이비 언론이 기승을 부린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그만큼 투명하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사이비 언론은 바퀴와 같아서 어둡고, 음습한 곳을 서식지로 삼는다. 역설적으로 사회가 밝고 깨끗하다면 사이비가 발붙일 환경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필자의 경험칙으로 보면 1995년 지방자치제가 부활 되고, 정기적인 선거가 있으면서 사이비 언론이 활개를 치게 된 측면을 부인하지는 못한다.

    실제로 선거철-그것이 총선이든, 지방선거나 조합장 선거이든-사이비 언론의 계절이 된다.그들은 출마자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특히 돈깨나 있는 후보자, 정치 생리를 모르는 후보자는 그들의 밥이다.

    사이비의 후보자 접근 방식은 지극히 평이하다. “당신 인지도가 너무 낮고 지지도는 아예 없다. 우리가 기사를 통해 띄워 줄 테니 권커니 잣거니 하자고 꼬신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출마자는 거의 그 꾐수에 넘어간다.

    그 방법에는 후보자 이름 자주 올려주기, 지면 편집 확대하기, 후보자 동향에 대한 침소봉대는 기본이고 심지어 언론 여론조사를 핑계로 여론조작도 서슴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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