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멸 위기 “집토끼를 먼저 잡자”

기사입력 2023.09.15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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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 광 원(하동신문 대표이사)

    저출산과 고령화 그리고 젊은 인구의 유출 가속화로 우리 지역이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지역소멸위기감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국면이 되었고, 우리 하동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2000년대 들어 저출산과 지역소멸 위기감이 고조되자 정부는 국토균형개발과 지역소멸 대책을 백가쟁명으로 쏟아냈으나 결과는 중구난방에 그쳤고,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각 자치단체의 절박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제대로 된 지역산업 기반이 없는 자치단체의 인구 지키기노력은 안쓰럽다 못해 눈물겨울 정도이다.

    전남 강진군은 매달 60만원씩 7세가 될 때까지 육아수당을 지급하고, 강원도 화천군은 지역 출신 대학생에게 등록금과 거주비 등을 파격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지역소멸 위험성이 가장 높은 전남 신안은 '햇빛 연금'을 도입했다. 주민들이 조합을 꾸려 태양광 발전 단지를 만들어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수익성 낮은 염전을 태양광단지로 만들기까지 할까.

    전국 각 자치단체의 이러한 시책들이 지역소멸을 막는 대책이 될 수 있을까하는 본질적인 물음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실제 경남의 경우에도 모든 시군들이 기존의 인구를 지키고, 새로운 유입을 위한 다양한 시책들을 시행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인구가 증가한 곳은 양산시가 유일하다. 양산시 인구가 는 것도 따지고 보면 강력한 인구 유입정책을 시행해서가 아니라 인근 부산, 김해의 높은 주거비를 못 이겨 그나마 싼 양산에 제 발로 찾아 온 사례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지역소멸 위기를 자포자기 심정으로 내팽겨 칠 수도 없다. 근본적인 대책은 출산율 증가와 중앙정부의 혁명적인 지방분권이지만 이 문제는 자치단체가 당장 어찌해 볼 수 없는 권한 밖의 사안이다.

    그런 관점에서 지난해 1227일 하동군 인구정책 토론회에서 기조발제를 맡은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의 말씀에 공감을 가진다.

    이상림 연구위원은 인구문제 대응 관점을 지원사업중심에서, 인구변동에 적응하고 이에 맞는 사회를 기획하는 전략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면서 하동 인구위기 대응의 핵심은 다른 지역의 청년 유치가 아닌 현재 하동에 살고 있는 청년의 유출 완화라고 주장했다.

    지극히 현실적인 대안이라 본다. ‘산토끼를 잡기 위해 산과 들을 헤맬 것이 아니라 집토끼부터 먼저 지켜야 한다는 말씀이다. 집토끼가 하동에서 잘 살고 있으면 객지에서 살고 있는 산토끼들이 하동의 매력에 빠져 관심을 가질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하동 관련 소셜미디어에 하동에 살고 있다는 청년이 익명으로 글을 올렸다. 그는 하동의 비싼 집값, 집주인에게 서운한 점 등을 열거하며 하동에는 청년들이 살 집이 없다는 하소연과 함께 하동에 온 청년들의 월세 지원과 주거환경 안전에 관심을 가져줄 것을 호소했다. 그 청년이 쓴 글을 보면 하동의 생활환경에 대해 단단히 마음이 상한 모양이었다.

    하승철 군수도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지역소멸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청년이 원하는 대로, 하동’, ‘낳기만 하면 키워주는, 하동’, ‘귀농·귀촌의 메카, 하동을 기치로 인구감소를 막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청년지원정책으로 청년동아리 활동비 지원, 청년역량강화사업, 청년활동가 지원, 하동형 청년주거비 지원, 하동청년 희망두배통장 지원사업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청년지원 시책들이 실제 하동에 정착하고자 하는 청년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수도, 피부에 와 닿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멈추지 말아야 한다. 하동에 일자리가 많다면 오지 말라고 해도 청년들이 오겠지만 눈앞에 닥친 현실은 머나먼 미래의 얘기다. 여러모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 하동군과 하동군민은 청년지원정책과는 별개로 적어도 그들이 정서적으로 하동에 마음 붙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소홀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 곁에 살고 있는 단 한 사람의 청년, 귀농-귀어인이라도 우리 함께라는 공동체 정신으로 그들을 껴안고, 보살펴주는 따듯한 마음을 주는데 주저하지 말자.

    하동군은 그들이 마음 편하게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정책의 깊이를 더해 주고, 우리 군민은 정이 넘치는 아름다운 하동을 보여주자. 지금 살고 있는, 하동에 정착하고자 하는 집토끼도 못 지키면서, 산토끼를 잡겠다고 에너지를 낭비하는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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