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간림(Ⅰ)

기사입력 2023.09.19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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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명영(전 하동고 교장)

    악양 구재봉 기슭에는 1955년 개교한 악양중학교가 있다. 조회대 우측 화단에 단을 세우고 그 위에 희귀한 돌을 얹었다. 옆에서 보면 등껍질과 꼬리와 머리 부위가 영락없는 거북이다. 앞에서 보면 잘록한 목에 볼록 나온 머리의 향하는 방향은 교문에 있는 히말라야시다이며 등하교하는 학생들을 반겨주고 배웅하고 있다.

    히말라야시다는 땅에 거의 닿을 듯이 아래로 늘어진 가지가 사방으로 길게 뻗어 있으며, 위로 갈수록 차츰 짧아져서 전체적으로 원뿔모양의 아름다운 자태를 만든다. 자연 그대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자연미인이지만 적당한 높이에서 가지를 잘라 단발머리 형태로 생동감이 넘치고 항상 푸르다.

    거북이돌 옆에서 건너편으로 시선을 돌리자 숲속 입구에 커다란 세운돌이 시선을 끈다. 가운데가 잘록한 넓은 자연석에 한자로 굵고 깊게 새기고 푸른 물감으로 마감하였다. 아래 은 나무 이 겹쳐 으로 읽고 수풀이라고 뜻을 해석할 수 있지만 나머지 두 글자는 멋을 부린 필체라는 것으로 만족해야겠구나. 오가는 사람 몇 명이나 翠澗을 읽고 뜻을 새길까 우려된다. 기단에 한글로 국가산림문화유산 악양취간림 지정일 2019.12.30이다. 두 글자는 취간로 읽을 수 있지만 뜻을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이다.

    사전에 의하면 푸른 취이다. 물총새의 깃을 뜻하는 ()와 음을 나타내는 ()이 합하여 이루어졌다. 의 쓰임 예로 비파만취 오동조조(枇杷晩翠 梧桐早凋)에서 비파나무는 늦은 겨울에도 그 빛은 푸르고 오동잎은 가을이면 다른 나무보다 먼저 마른다.’

    산골물 간이다. 뜻은 산골물이며 으로 읽는다. 한자(漢字)는 중국말로 읽고 뜻은 우리말로 새기며 하나의 한자에 여러 개 음과 다수의 뜻이 있다.

    바위 뒤로 돌아간다. 세로글씨 붙여쓰기이며 한자와 한글의 혼합 글이다. 翠澗林由來. 岳陽洞天에서 으로 흐르고 岳陽川中間支點 翠嶝水口幕役割을 하도록 造林하고 가꾸어 오면서 秀麗景觀으로 다듬어졌으며 翠澗亭建立된 이래 이 숲을 翠澗林이라 부르게 되었다. 歲月의 흐름 속에 은 없어지고 그 자리에 在日同胞 洪甲童翁께서 私財八景樓建立 寄附하여 면민의 休息空間으로 活用되었으며 2천년 삼림청 주관 생명숲가꾸기 國民運動 本部第一 먼저 優秀賞을 받은 아름다운 숲이다. 西紀 二千四年 一月 日 竪 素泉 書

    한자를 읽고 뜻을 풀이하기 어렵지만 翠嶝는 더욱 어렵다! 해방이후 한글전용을 실시하였다. 교과서에서 한글 낱말 뒤 괄호 속에 한자를 삽입했다가 점차 사라졌다. 요즘 한자로 쓰인 책을 읽고 뜻을 새길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이다. 조선왕조실록과 난중일기는 국보로 지정되었다. 조선왕조실록은 왕의 매일 행적을 기록한 사초와 승정원일기 등을 참고하여 사후에 편찬된 것으로 기록의 공정성과 정확성을 평가 받고 있다. 난중일기는 이순신의 진중 일기이다. 한자로 작성되어 소수의 전유물이었지만 한글로 옮겨 널리 읽혀지고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난중일기 백의종군편에서 이순신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 1597. 5.4. 갑오. 비가 내렸다.

    오늘은 어머님의 생신이다. 슬프고 애통함을 어찌 견디랴. 닭이 울 때 일어나 앉으니 눈물만이 흘렀다. 오후에 비가 크게 내렸다. 1597. 7.2. 신묘. 맑음. 오늘은 돌아가신 아버님의 생신인데, 멀리 천리밖에 와서 군영에서 복무하고 있으니 인간사가 어찌 이러한 것인가.

    翠澗林 세움돌 옆에 한글 안내판이 있다. 국가산림 자산 악양 취간림 지정 목적 및 사유. 고려 시대부터 악양면 정동리 악양천 변에 수구막이를 위하여 조성된 숲으로 면소재지에 있어 많은 관광객이 휴식공간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유구한 전통을 가진 마을 숲으로 산림문화 자신으로 지정하여 널리 보전할 가치가 있음

    설명자료. 고려말 녹사 한유한 선생이 당시 하동의 중심지였던 악양현 외둔마을에 안착하여 선생의 인품과 학식이 유명하여 가르침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러한 자들이 구름같이 모여 들어 마침내 서당을 열어 후학의 훈도에 정진하였다. 정서리 악양천 변에 마을 기운이 밖으로 빠져 나가는 것을 막거나 마을에 나쁜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수구막이 숲을 조성하였다고 전해진다.

    한자 비문을 읽지 못하면 관심에서 멀어지며 이끼 끼는 장식품으로 되는 것이다. 학생들은 문화 계승자이다. 읽고 이해할 수 있게 翠澗林由來를 한글로 옮긴 안내판을 설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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