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

기사입력 2023.08.3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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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놀이터에 두 개의 그네가 있는 건 다행이다. 구순인 친정어머니와 초등학교 1학년 손녀가 이른 아침 그네를 탄다. 어머니에겐 증손녀인 셈이니 4대가 모였다. 방학 때마다 오는 아이는 증조할머니 아파트 놀이터에 가는 걸 좋아한다. 올 여름은 유난히도 덥다.

    두 사람의 그네 타는 모습을 본다. 옥색 치마와 저고리를 입은 외증조할머니와 증손녀는 그네에 앉아 다리를 구부렸다 폈다하면서 속도를 높이고 있다. 평소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걸 즐겨하시는 성격이라 증손녀와 함께 그 연세에도 그네를 타시며 같이 놀아주시는 모습이 보기 좋다.

    친구나 후배의 어머니들은 어머니보다 연세가 많이 적은데도 치매를 앓고 계신 분들이 많다. 어제도 치매인 친정어머니 때문에 마음고생하고 있는 후배의 전화를 받았다. 요양원으로 모셔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부모로 인하여 겪는 많은 일들을 요즘 들어 부쩍 더 듣는 것 같다.

    몇 개월 전 내게 닥친 여러 가지 복잡한 문제로 힘들어 한 적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말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아이들과 해결하고자 한동안 시간이 걸렸다. 그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고 당신 생각만으로 내게 함부로 대했던 어머니가 야속했다. 예순을 넘긴 나이에도 어머니의 그런 말씀들로 상처를 받고 마음을 다치기도 한다. 어려운 일을 해결하면서 또 많은 것들을 깨닫는다. 억지로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시간은 많은 걸 해결해준다. 아팠던 기억을 희석시켜 주기도 하고, 인생의 흐름을 이해시켜 의연하게 대처할 힘을 주기도 한다. 불행한 일이라 여겼던 일이 새로운 길을 찾아 주기도 하고, 그 길이 더 나은 길이 되기도 한다.

    발길이 뜸했던 어머니에게 아이들의 방문을 계기로 다시 드나들게 되었다. 제 부모 제 자식 간에 생긴 일이라 금세 회복이야 가능해지지만 되도록 상처가 되는 일은 서로 삼가면서 살아야 할 것 같다. 모든 상처는 흉터를 만들거나 더 큰 상처로 변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성한 자녀들에게 부모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도 이미 무의미한 시대가 되었다. 이제 조금 멀리서 따뜻한 시선으로 말없이 그들을 지켜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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