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

기사입력 2023.08.3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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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다렸다 네 사람으로 팀을 만들어서 하지 그래요.’ 주말에 한 번 동생과 함께 가는 파크골프장에서 누군가 우리를 보고 하는 말이다. 함께 다니는 지인이 여행 중이라 부득이 둘이만 가게 되었다. 넷이 그룹을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야 그렇게 진행하면 되지만 여건상 자주 못가는 사람들은 넷을 맞추기가 힘들다. 둘만 온 팀이 있으면 즉석에서 팀을 꾸리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죄인이 된 듯 동생이 대답을 한다. ‘저렇게 남의 일에 간섭들을 하고 싶을까.’ 상한 감정을 추스르며 내가 이야기한다. 옷을 어떻게 입었고, 공은 어떻게 치고 등등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 일색인 사람들 사이를 지나면 기운이 쭉 빠지는 듯하다.

    아무리 말을 해도 전혀 듣지를 않아요.’ 내담자들이 와서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에 하나이다. 상대를 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 우리가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다. 아무도 다른 사람을 바꿀 수 없다. 말을 해서 들을 사람은 한번만 말해도 듣고 안들을 사람은 백번을 천 번을 말해도 안 듣는다. 그들이 말하는 상대는 자신과 가장 가까운 배우자 혹은 자녀이다. 그 상대에게 지속적으로 잔소리를 하면 결국 관계만 악화될 뿐이다.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는 일 중의 하나가 집 청소를 하려고 딴엔 마음을 먹고 있는 중에 누군가 청소하라고 말하면 하고 싶지 않았던 기억이 또렷이 있다. 내게도 잔소리 많은 어머니가 계시고 나도 아마 그 길을 걸었을 것이다. 상담을 시작하지 않았으면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을 것 같다. 가끔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고 싶은 자신을 발견하고 스스로를 나무랄 때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결심한 것 중의 하나가 칭찬하는 일이다. 내가 만나는 아이들은 무조건 칭찬하고, 내가 만나는 내담자들을 격려하고 칭찬해 주는 일을 열심히 해보자고 다짐했다. 일 년의 반이 후다닥 지나 7월이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새로운 인연들을 만들기도 한다. 내게 온 인연이 소중할수록 잔소리는 삼가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말자. 사소한 것이라도 깨닫는 데는 시기가 있는 것 같다. 꽃이 열매를 맺고 또 그 열매가 익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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