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원 필적 원형 보존 안명영(전 하동고 교장)

기사입력 2022.02.28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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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치원 필적 원형 보존

    안명영(전 하동고 교장)

     

     하동야생차박물관은 불일폭포의 아름다운 경치를 바라보며 노닐 수 있는 완폭대 석각의 발견을 계기로 ‘최고운을 찾아 청학동에 들다’라는 주제로 특별전시를 개최하였다. 

     진기한 자료들을 볼 수 있었다.

     시선을 끄는 족자 그림은 하단과 상단은 푸른색이고 중앙에 흰 얼굴에 붉은 옷을 입고 의자에 앉아 왼쪽을 응시하고 있는 최치원이다. 오른쪽 하단에 책을 높이 쌓였고 왼편에는 사방탁자에 붓꽂이와 향로가 놓였다. 뒤편에 붓 받침을 볼 수 있다. 발치에 X선 흑백 사진을 작은 액자에 넣어 진시하는데 족자 그림과 어떤 관련이 있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까.

     족자 그림은 국립진주박물관이 위탁관리 하는 운암영당고운선생진영(경남 유형문화재 187호)이다. 삼신산을 배경으로 최치원이 신선임을 강조하고, 붉은 색 관복 차림과 붓, 책 등의 배경은 유학자의 풍모를 보여주고 있다. 

     2009년 국립진주박물관에서 족자 그림을 X선 촬영결과 화기와 숨은 그림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화기는 건륭58년(1793, 정조17) 계축 5월에 하동 쌍계사에서 제작, 화사는 비구 평일과 찰호가 참여하였고 제작과 관련된 정보들이 기록되어 있다.

     숨은 그림은 최치원의 양 옆 덧칠된 부분에 각 1명씩의 동자승이다. 왼쪽은 반신상이고 오른쪽은 손을 턱까지 들어 올려 공양하는 전신상이다. 동자승과 화기 부분은 최치원 진영에 사용했던 채색안료와 같은 것으로 밝혀져 진실을 밝히는 단서가 된 것이다.

     쌍계사에 봉안됐다가 화개 금천사를 거쳐 하동향교로 최씨 문중이 관리하는 운암영당으로 옮겼다. 조선의 숭유억불 정책에 사찰이 몰락되던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최치원은 고려 현종 대에 문창후 시호를 받고 해동문종으로 추앙 받던 그를 신선으로 묘사한 것은 유학자들에게는 거슬리는 일이었기에 모습을 바꾼 것으로 짐작된다.

     운암영당고운선생진영을 유리 상자 속에서 적당한 조명과 온・습도를 유지함은 보호는 잘했지만 원형에 덧칠하고 새로운 내용을 가미한 것을 영원히 진품으로 알게 된다. 슬기로운 연구사는 상식을 깨는 X선 촬영을 실시하여 원형을 보여주었고 시대상과 역사를 알게 한다. 이는 문화재를 제대로 보존(保存)하는 모델이 되고 있다.

     인간의 생명을 획기적으로 연장하는 계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빛을 투과시켜 필름에 강약의 반응을 눈에 보이게 하는 X선 촬영이다. 사진 한 장으로 결핵을 판독하고 치료약이 개발이 된다. 과학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하여 물을 분사하여 돌에 글을 새기고 레이저로 흉터 없이 시술하는 시대이다.

     삼신동(三神洞) 탁본. 

     神은 귀신이나 신령, 정신이라는 뜻으로 보일 示와 펼 申의 합자이다. 示는 시작과 끝을 날카롭게 하여 신이 길흉을 내려주는 모양이다.

     화개면 범왕리에 있는 三神洞은 최치원 글씨이며 이름 또한 최고운이 지었다고 전해오는데 신흥・영신・의신사가 있어 삼진동이라 하였다. 

     세이암(洗耳嵒) 탁본. 

     바위 嵒을 산봉우리에 돌이 올려 져 있는 모양의 글자를 사용하고 있다. 범왕리 계곡 안에 있는 너럭바위에 새겨진 최치원 필적이다. 신흥사 터・범왕리 푸조나무와 함께 그의 전설이 남아 있는 곳이다, 고운은 이곳에서 귀를 씻고 지리산에 들어가 신선이 되었다고 한다. 이는 하동읍 갈마산 시의 언덕에 있는 최치원 入山詩의 ‘山’은 지리산이라는 확실한 물적 증거이다.

     완폭대(翫瀑臺) 탁본.

    瀑은 읽을 수 없고 翫은 절반 마모되었고 臺는 온전하다. 

     환학대(喚鶴臺) 유감.

     최치원이 학을 불러 타고 청학동에 갔다는 바위의 윗부분은 경사지고 울퉁불퉁하다. 학이 날아오르기에 좁아 보인다. 그의 喚鶴臺라는 각자를 볼 수 있으면 우려는 해결되련만…. 

     탁본은 현재의 상태를 보여준다. 돌에 새긴 필적은 점차 비바람에 마모되어 알아볼 수 없게 되고, 그대로 두는 것은 자연적 훼손을 방치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원형의 필적을 보고 감동과 소통을 하고자 땀 흘리며 현장을 찾는 것이다. 

     하동군은 최치원 필적원형보존전문단을 가동하여 과학적 탐사와 자료 분석을 거쳐 최신 장비로 거의 원형으로 복원한다. 실물을 접하게 안전을 고려한 접근로를 정비하면 전국적으로 문화재보존시범도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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