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인사 여호영

기사입력 2022.01.30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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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의 인사

     

    여호영

     

    자리를 하나 얻고 싶은 군중이 구름 떼처럼 몰린다. 해방직후 건준 위장이 된 여운형의 계동 자택 부근. 경향각처에서 온 자리 사냥꾼들이 북새통을 이룬다. 건준위장은 총독부로부터 실권을 이양 받았다. 

    이를 남 먼저 알아 차린 정치지망생들이 지역위원장을 자천 타천 하려고 한다. 3일천하가 끝날 때까지 계동은 온통 인산인해였다. 빈 자리를 행해 자리를 차지하겠다고 돌진하는 모습이 미래 대한민국의 오늘 모습을 만들고 있었다. 

    여당의 대선캠프 식구가 1200명이다. 야당은 500명이다. 이들이 해방직후 계동에 모인 인사들과의 욕구 유형이 매우 흡사하다. 캠프 족들은 그룹을 짜서 일한다. 그룹마다 현 공공조직의 진출 분야를 정한다. 대선에서 이기면 그 쪽 자리를 독식하겠다는 것이다. 그들 간에는 서열 등급 같은 것이 이미 존재한다. 서열이 조금 처지는 경우는 정권 중기 또는 말기에 임용되기로 내정한다. 

    청와대가 관심을 가지고 영향을 미치는 자리 만도 1만개 가량 된다. 

    3급이상 고위 공무원, 중앙부처의 산하기관 임원 등을 포함해서이다. 현 정권의 청와대 규모가 역대급이다. 

    비서만 490명이다. 인사검증이라는 절차적 잣대를 십분 활용한다. 관련부처 장관에게 산하 기관 임명직 현황에 대하여 엑셀표로 보고하라고 한다. 현재 임명된 자는 코드가 맞는지? 언제쯤 퇴직할 것인지? 임명해 놓고도 지속적으로 업무를 관리 감독한다. 환경부장관은 블랙리스트 작성했다고 걸려들었다. 

    한 장관이 청와대 비서에게 항의성 질문을 한다. 6개월 전 모 국장 인사에서는 된다 하더니, 이번에는 그 보다 하자가 덜한 사람을 인사검증에서 안된다고 하느냐고 항의한다. 비서의 말은 간단하다. ‘케바케’입니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는 이 정권에서 만들어 낸 신조어이다. ‘그때 그때 달라요’이다. 내로남불과 유사하다. 인사검증의 탈을 쓰고 코드 인사를 한다. 현 정권의 인사 시스템에 의하면, 총리가 직접 관할하는 국무조정실 내 한 국장을 새로 보임하고 싶어도 청와대의 인사검증을 거쳐야 한다. 총리도 청와대 비서에게 사전 결재를 얻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86년 이후 체제에서의 정권교체는 조선시대와 흡사하다. 서인 정권과 동인 정권이 서로 인사를 싹쓸이하는 것과 같다. 정국을 주도하는 붕당(예, 남인)과 견제하는 붕당(예, 소론)간에 서로 주요 보직에 대해 일괄 교체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를 환국(換局)이라 한다. 서민이 느끼는 충격은 크다. 

    공공기관의 사외이사를 공모한다는 신문 광고가 난다. 해당기관의 업무와 연관이 있다고 판단하여 지원을 한 사람이 임용되었다는 소식을 듣지 못한다. 모두가 이미 짜어진 각본(코드)에 따라 선정된다는 것이다. 퇴직 공무원이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국민을 속인 것이다. 공무원이 퇴직을 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지 않으면 관련기관에 취업할 수 없다는 규정도 지켜지지 않는다. 현 정권은 국회 인사청문회 청문결과보고도 낼 수 없었던 인사 30명이나 임명했다. 국민의 신망을 더 이상 받을 수 없다. 

    한국판 플럼북이 필요하다. 백서가 있듯이 보라 빛 표지의 일람을 갖춘 책을 일컫는다. 

    대통령의 인사에 관한 모든 것을 수록하여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어느 기관, 기관의 법적 관계, 직위(장관, 차관, 국장, 위원장, 이사장, 사외이사 등), 주어진 직무, 필요한 능력, 자질, 최소 학력, 경력, 기타 필요한 소양 등, 선발 과정 또는 절차 및 방법, 선발 시기, 보수 및 처우 등을 일목요연하게 미리 밝힌다. 

    선발 과정은 투명하게 유지한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은 차별 받지 않고 공정한 기회를 누리면서 공무 담임권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인사는 만사다. 

    국민의 가치판단기준을 형성하게 한다. 인사는 적재 적소야 한다. 공정해야 한다. 미리 알리고 경쟁은 공개적으로 적정하게 이루어 져야 한다. 

    이래야 만이 젊은이들 마음이 돌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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