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학동 가는 길 안명영 (전 하동고 교장)

기사입력 2022.01.09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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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학동 가는 길

     

    안명영

    (전 하동고 교장)

     

    기암계곡 옥수청류 하동호를 이루는 계곡 속으로 빠져들자 청송녹죽 우거진 곳이라 청학이 노닐 풍광이다. 돌고 돌다보니 계곡을 가로지르는 높은 둑이 나타나고 급경사가 시작되는 지점에 시선을 고정시키는 천년바위가 있다. 멀리서 보니 한 마리 비둘기가 나래를 접고 머리는 좌로 하고 꼬리를 살짝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둑이 높아 가파른 오르막길이라 핸들을 쥐고 가속기에 발을 붙이고 한참 지나 산은 수면에 잠기어 산수화가 되었다. 정차하고 명품 바위를 확인하러 한참을 걸어 내려간다. 기단에 청정회가 2003.11 묵계호 준공기념으로 옥수청류에 다듬어진 바위를 옮겨 청학동(靑鶴洞)이라 새겼다.

    끌어당기는 힘에 다가가자 그 바위는 묵계호에 배가 되어 유유자적 헤쳐 나가고 있는 모양이다. 뒤로 돌아가 보니 종이배를 닮았는데 도인이 청풍을 받아 청학동으로 들어간다.

    수면이 시작되는 지점에 묵계초등학교가 있다, 교문 앞에 덩실한 기단 위에 꼬리는 말려 올랐고 통통한 뒷발은 구부렸고 두 손을 입에 대고 있는 다람쥐를 앉혔다. 졸업생들이 학창 시절을 생각하며 후배에게 기증하였는데 일체감을 알게 하는 상징물이다.

    산골짜기 다람쥐 아기 다람쥐도토리 점심가지고 소풍을 간다다람쥐야 다람쥐야 재주나 한번 넘으렴파알딱 파알딱팔딱 날도 참말 좋구나조금 올랐다가 좌로 가면 청학동이다. 고운 최치원(857~?) 선생은

    신라 말 이곳에 은거했었다고 알려져 있으며, 푸른 학이 노닐던 곳이라 하여 청학동이다. 이인로의 《파한집》에 의하면 “지리산은 두류산이라 불리며 이 산을 들러 싼 고을이 10여주에 이르고, 이 산의 산하를 다 살필 양이면 얼마만큼의 세월이 걸릴지 모른다. 이곳 노인들이 전하기를, 이 산속에 청학동이 있다. 길이 매우 좁아 겨우 사람이 지나칠 정도이며 어떤 곳에서는 기고 엎드리고 하여 가까스로 수리를 들어가면 광활한 별천지가 펼쳐진다. 거기는 양전옥토(良田沃土)로 곡식을 심기에 적당하며 오직 청학이 서식함으로 그런 이름이 전한다.”

    지리산 천왕봉에서 흘러내리는 물이 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흐른다는 시천천 옆 지리산대로 따라 간다. ‘삼신봉로’ 접어들어 예치터널을 지나 시천교를 건너 곧장 가면 터널에 닿는다. 터널 입구의 목 부분에 삼신봉 터널이라 새기고 얼굴에 산 그리고 구름의 벽화를 정식하고 이마 부분에 ‘하동 속으로’라는 글귀를 볼 수 있다. 터널은 2차선이며 곳곳에 비상주차 공간을 마련하였다. 천정은 편편하여 난반사가 어려워 소음 제거에 아쉬움이 있다. 옆면은 흰색 타일로 마무리하여 한층 밝다. 2km를 지나자 하동 묵계이다. 돌아보니 ‘산청 속으로’라고 적혀있다. 이는 삼신봉을 바라보면서 터득한 산청・하동군민의 지혜의 표현이다. 

    급경사 내리막길이다. 초행자는 식은땀을 흘리고 차량은 답답하다는 듯 왱왱 거린다. 우회전하는데 황색의 돌에 삼신봉(三神峰) 공원이라 새겼다. 

    원묵마을은 농촌 어메니티(Amenity) 자원이 풍부한 지역으로 마을 뒤편은 지리산 삼신봉이 묏자리로 솟아있고 이 봉우리를 어머니 삼아 지리산의 넉넉한 지혜를 품고 300년을 살아온 주민들은 ‘창조적 마을 만들기’사업으로 공원을 조성하였다. 

    동방의 선인 최치원 선생의 전설이 서려있는 고운동, 남명 선생의 그리움이 배어있는 회남재, 태고 체취를 맛볼 수 있는 삼성궁, 백의민족의 혼이 살아있는 청학동의 역사문화유산은 원묵마을이 누릴 수 있는 소중한 유산이다. 이처럼 소중한 천혜의 조건을 확인하기 위한 곳이 삼신봉 공원이다. 단기 4350년 삼월삼짇날 원묵마을주민일동. 곧장 내려가서 우측으로 들어가면 청학동이다.

    옛적부터 3으로 세상을 재단하려 한다. 신(神)은 초인간적, 초자연적 위력을 가지고 인간에게 화복을 내린다고 믿어지는 존재이다. 그런데 삼신봉이라 하나의 신으로 부족하여 두 신을 불러와서 삼신봉이라 했을까! 

    하늘(天) 땅(地) 그 사이에 사람(人)이 사는 특별한 그곳에는 하늘에 가깝고 포근한 햇살과 별이 잘 보이고, 땅의 생명력이 넘쳐 농사가 잘 되며 삿된 기운이 범하지 못하여 오래토록 살 수 있다. 학은 천년을 살아 청학이 된다고 한다. 세속의 1000년이 수년이 되는 별천지를 청학동이라

    할 것이다. 靑鶴이 노니는 이상향 하동 땅에 살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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