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 소년 악양루 안명영 (전 하동고 교장)

기사입력 2021.09.06 21:57

SNS 공유하기

fa tw
  • ba
  • ka ks url

    13세 소년 악양루

     

     안명영

     

    (전 하동고 교장)

     

     나당연합군 신구도행군대총관 소정방은 김춘추 둘째 아들 김인문을 부대총관으로 삼고 김유신과 함께 백제를 멸망시킨 후, 전략적 시찰 겸 강 따라 내려오다 베에서 내려 주변을 찬찬히 살핀다. 중국 소상팔경과 너무 흡사하여 지명을 악양(岳陽), 주위의 경관을 소상팔경이라 했다. 

     

    소정방은 백제를 멸망시킨 후 부여 정림사 오층석탑 몸체에 2,100자의 전공을 새긴다. 이는 백제인의 종교와 신앙을 짓밟는 야만적인 행위였다. 과연 소정방은 편안하게 눈을 감았을까! 

     

    김유신 장군은 문경(계립령 근처)에 주둔하고 있던 소정방 군대를 잔치로 불러들여 짐독을 먹여 몰살시키고, 소정방도 살해하여 상주와 문경을 잇는 경계지점 당교 아래 묻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문경시청에 있는 당교사적비(唐橋史蹟碑)에 담고 있다. 

     

    소정방 피살의 단서를 제공해 주는 사실이 있다. 소정방은 백제를 정하여 왕 다음의 직위에 오르지만 그의 무덤은 중국 땅 어디에도 찾을 수 없다고 한다.

     

    소상팔경도(瀟湘八景圖)는 송나라 적이 소상의 팔경을 그림으로 그려 각 화제를 달았다. 

     

    산간 마을의 저녁 안개, 종소리 들리는 산사의 저녁, 어촌에 깔린 저녁노을, 포구로 돌아오는 돛단배, 밤비, 동정추월의 가을 달(洞庭秋月), 모래사장에 내려앉는 기러기(平沙落雁), 눈 오는 겨울이다.

     

    이인로의 소상팔경도의 평사낙안(平沙落雁)에 대한 시사로, 물 멀고 아득한 하늘 해가 지는데 / 볕을 따라 기러기는 모래톱에 내리네 / 줄줄이 가을 하늘의 푸름을 점쳐 

    깨뜨리니 / 누런 갈대 낮게 스쳐 눈빛 꽃을 뒤흔드네. 

     

    水遠天長日脚斜 隨陽征雁下汀沙

    行行點破秋空碧 底拂黃蘆動雪花

    이곳이 중국의 소상과 닮았다면 동정호 및 악양루는 어디에 있는가! 

     

    평사리 들판 초입에 왕버들 숲을 지나면 못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누각이 있다. 못은 동정호이고 누각은 악양루가 되는구나.

    처마 밑에 악양루(岳陽樓)라는 편액을 걸었다. 글자 간격을 충분히 띄우고 여유로움을 풍기는 필체이건만 낙관을 볼 수 없어 잘 차려진 밥상에 수저가 없는 격이다. 

     

    나무 계단을 오르자 넓은 연못이 펼쳐진다. 가운데에 섬을 만들어 소나무를 심었는데 어디에서 왔는지 백로가 깃을 접고 있다. 오동나무를 심는다면 봉황도 날아오겠구나. 물을 수면 위로 높게 뿜어 올리는 분수가 있고 여기저기 두꺼비를 탑재한 부표가 한가로이 물결을 타고 있다. 

    태초에 태양빛이 지리산 끝에 닿아 삼족오가 태어나고, 달빛이 섬진강에 맺혀 황금두꺼비가 태어났다. 

    하늘은 삼족오를 하늘과 땅을 잇는 

    전령으로, 황금두꺼비는 지리산과 남해를 잇는 섬진강의 수호신으로 삼았고 그 중심에 하동이 있는 것이다. 

     

    동정호 쪽의 처마 밑에 岳陽樓 현판이 있다. 예서체로 여백을 두어 단정한 느낌을 주며 말미에 十三歲 盧

    濚 書로 마무리되었다. 13세 소년의 필체가 이 정도이니 장차 노영(盧濚)

    은 전국에 알려지는 명필이 되었겠

    네! 

    사람은 왜 역사기행을 하는가? 

    주변 경관은 인위적으로 꾸미지 않아 싫증이 나지 않는다. 역사적 자료를 보면서 당시의 상황을 재구성해보고 당사자라면 어떻게 판단했을 것이라고 나를 대입하여 오늘 삶에 시행착오를 줄이자는 것이리라.

    요즘은 자녀를 동반한 나들이가 빈번하다. 메모 꺼리를 비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악양루를 찾아 13세 소년의 현판 글씨를 보고 닮고자 하는 

    동기유발을 주는 것이다. 

    악양루에 안내판을 설치하자. 

    13세 소년의 ‘岳陽樓’ 필체를 서예 전문가의 평을 곁들이고 장년이 되어 어떤 경지에 이르렀는지 상세하게 기록하는 것이다. 

    이곳의 경관을 설명하면서 관련되는 역사적 사실을 곁들이면 좋겠다. 

    한번 보고 또 보면서 심도를 더해 가는 탐방은 내실 있는 역사기행이 될 것이다.

    돌아 나오면서 보지 못했던 달팽이가 배달하는 느린 우체통 옆에 ‘부자 두꺼비’가 서있다. 

     

    오늘을 차근차근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다보면 내일이 천천히 간다는 메시지를 주고 있다!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