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은 진흙 던지기이다
김영기 조직리더십코칭원 대표
사위가 처갓집에서 오랫동안 머물면서 갈 기미를 보이지 않자, 장모는 가라는 말도 못하고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마침 비가 내리기 시작하자 장모가 꾀를 내어 말했다. “가랑비가 내리는 걸 보니, 자네 집에 가라는 것 같군.” 그러자 사위가 대답했다. “장모님. 저건 가라는 가랑비가 아니라 더 있으라는 이슬비인데요.”
살면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 중요한 상황이 소통의 장애 또는 생각의 차이이다. 내가 말하는 대로 상대방이 따라주면 좋을 것 같은데 자기 생각을 고집하는 경우이다.
필자가 아들과 한 소통에서도 비슷하다. 노르웨이에 살고 있는 아들이 얼마 전에 몸에 문신을 한다기에“사람들이 안 좋게 생각한다”, “신체발부수지부모”등으로 적극 만류했지만, 아들은 요지부동이었다. “요즘 시대에 문신은 자기표현이며, 이 정도는 약한 수준이니 염려하지 마세요.”
평소에 성실하고 착한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너는 내 말을 전혀 듣고 있지 않잖아”하고 화를 내고 말았다. 소통의 장애가 발생한 것이다.
얼핏 생각하면 같은 공간에서, 얼굴 보며, 같은 언어로 이야기 하면 소통의 장애가 없을 것 같은데, 무엇 때문에 장애가 발생하고 소통이 그렇게 어렵게 되는 것일까? 소통 과정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이것을 이해하는데 유익한 비유가 “소통은 공 던지기가 아니라, 진흙 던지기이다”는 말이다. 공 던지기를 전문 용어로는 '전송 모델', 진흙 던지기를 ‘상호교환 모델’이라 부른다.
전송 모델(Transmission Model)은 소통을 한 사람에게서 상대방에게 일 방향으로(One-Way) 메시지가 전송되는 것으로 본다. 마치 상대방에 공을 던지고 끝내버리는 것과 같다. 아버지가 말하면 자녀가 “예. 잘 알겠습니다. 그리 하겠습니다”하고, 던진 공을 그대로 받기를 기대하는 것과 유사하다.
상호교환 모델(Transactional Model)은 소통을 공을 ‘주고받는 게임’으로 본다. 메시지를 전송하면 상대방은 반응을 보이며, 이 반응을 반영하여 다시 나의 메시지를 보낸다. 이런 상호교환을 계속하면서 함께 의미를 만들어가는 것을 소통으로 보는 것이다.
이 과정에 우리는 기계가 아닌 인간이기에 개개인의 관점을 반영하여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말하는 사람이 메시지를 전송하면 듣는 사람은 자기 나름대로 그 메시지를 해석하는 것이다. 공을 주고받으며 각자의 지각 필터는 계속적으로 의미와 해석들을 바꾸기 때문이다.
공받기 게임에서 게임을 진흙 덩어리로 한다고 상상해보자. 사람들이 그 진흙을 만질 때마다 모양이 바뀌고, 자신만의 ‘관점’에 맞게 변형이 된다. 그리고 이 ‘관점’에는 다양한 변수가 작용하는데, 개인의 지식, 과거의 경험, 나이, 성별, 종교, 가정환경 등 수 많은 요소가 작동한다.
심지어 진흙의 변형 정도는 상대방과의 관계에 따라서도 영향을 받는다. 평소 신뢰하던 상대방이 한 말에는 메시지의 변형이 적겠지만, 갈등 관계에 있는 상대방의 말에는 더 많은 변형이 생기지 않겠는가?
나아가 대화중에 사용된 추상명사나 단어의 함축적 의미에 대한 해석도 서로의 이해관계나 처지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심지어 소통의 순간에 화가 나 있거나 다른 걱정거리가 있으면 상대방의 말에 집중할 수 없고, 메시지의 이해를 감소시킨다.
이처럼 소통의 과정에 진흙 덩어리가 사람들 사이를 오가면서 계속 고쳐지고, 바뀌기 때문에 대화의 복잡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던진 공을 상대방이 그대로 받기를 기대하는 단순한 ‘전송 모델’로는 소통의 복잡성을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소통을 할 때 흔히 전송 모델이 작동하기를 기대한다. “내가 그만큼 말했으면 따라 줘야지.” “사람이 말귀를 못 알아듣네~~~.”하며 화를 내기도 한다.
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들에게 “문신을 하지 마라”고 강하게 공을 던졌지만 아들은 “문신이 자기 표현”이라며 하고 말았다. 순간 아들이 못 마땅하게 생각되었지만, 진흙 던지기 모델을 생각하며 바로 평정심을 회복했다.
세상에 소통 능력이 100점인 사람은 없다. 소통의 능력이 관계증진에 미치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소통을 잘하기 위한 노력은 누구에게나 필요하지 않겠는가? 진흙 던지기 모델을 감안할 때,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 실행해야 할 노력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수동적인 듣기가 아니라, 적극적인 경청을 추구하자. 상대방의 언어적, 비언어적 반응을 최대한 반영하여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도록 자신의 메시지를 구성하자.
둘째, 상대방을 설득시키려고 노력하는 만큼 스스로를 돌아보자. 자신의 의견을 강조하다 보면 소통이 쌍방향이 되어야 함을 잊기 쉽다. 대화 중에 상대방의 말에도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자.
셋째: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주관적인 인식 필터를 인식하자. 경험, 지식, 문화, 가정 등 수 많은 요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관점에 영향을 주게 마련이다. 자신의 생각이 객관적인 사실이라고 여기지 말자.
“저는 이 문제를 이렇게 생각하는데, 당신은 어떤가요?" 라고 말하자. 그렇게 소통할 때 진정한 대화를 촉진하고, 협조할 수 있는 공간을 넓혀주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