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잠시 멈춰 서서 이경숙

하동신문 0 130

잠시 멈춰 서서

 

이경숙

 

새해가 시작되었지만 추운 날씨 때문인지 어깨가 움츠려들고 마음도 춥다. 올해는 구정을 지나야 시작하는 일들이 많아질 것 같다. 지금은 새로운 일들을 계획하느라 생각들이 많다.

여행도 외출도 자유롭지 못한 지금, 멀리 있는 가족이나 친구가 궁금해져서 먹먹해질 때가 있다. 특히 어려운 일을 겪은 친구를 찾아가지도 못하고 전화로 안부만 챙기고 있는 터라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골육종암으로 어깨를 수술한 친구가 있다. 수술 후 자신의 몸을 돌보아야 하는 환자가 암환자인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 같은 경기도에 산다고 하지만 가는데 1시간 반은 족히 걸린다는 곳을 날마다 오고 간단다. 하반신 마비로 대소변을 받아야 할 상태인데 며느리는 힘들어 하고, 어머니는 요양병원에 가시지 않겠다고 하니 친구가 자처해서 어머니를 보살피며 다니는 모양이다.

친구어머니는 자신의 병명을 모르시고 계신다. 음력으로 올해가 지나면 좋은 시절이 올 것이라 굳게 믿고 계신단다. 이런 경우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당신의 마지막을 정리하도록 말씀드리는 게 좋을까, 희망을 가지고 조금이라도 더 우리 곁에 머물 수 있도록 해드리는 게 좋을까. 나도 시어머님께 병명을 알리지 못하고 돌아가시게 했다. 내년 봄을 이야기하는 어머니를 지켜보면서 참 많은 갈등을 하고 가족들과 여러 차례 의논을 해보았지만 아무도 선뜻 답을 내지는 못했다. 그러는 사이 병세는 악화되고 결국 당신 스스로의 정리는 못한 채 어머니를 보내드렸다.

누구나 죽는다. 언젠간 죽을 것이다. 어제도 어떤 분의 사망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런 줄 알고 있지만 우리는 참 잘 잊고 산다. 죽음과 무관한 존재들인 것처럼. 백년이고 천년이고 살아 있을 것처럼 겁도 없이 살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지나치게 욕심을 부리고, 이루지 못할 것들을 꿈꾸며 살고 있다.

정답도 없는 생각으로 복잡해진 오전 시간을 뚫고 친구의 전화벨이 울렸다. 같이 점심이라도 하자는 것이었다.

주변의 좋은 친구들과 같이 늙어간다는 것은 참 다행스런 일이다. 갈비탕 한 그릇으로 겨울의 하루를 녹이고, 늙어가는 나이를 챙기며 또 인정하며 사는데 동의했다. 하루 한 페이지씩이라도 책을 읽고, 꽃도 보고 새도 보면서 시골에 사는 호사를 한껏 누리며 살아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