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칼럼

시간에 시대정신이 깃들면 - 여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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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 시대정신이 깃들면

                                                           여호영

섬진강 강줄기가 화개장터 앞을 지난다. 강바닥은 아직도 암반으로 남아 있다. 더 높았던 암반이 깎이고 깎였지만 아직도 바닥에는 조금 남아 있다. 암반이 남아 있는 이곳 위와 아래는 강수면의 높이가 다르다. 이곳이 암반으로 섬진강을 가로 질러 있을 때에는 섬진강이 아직 강이 되기 전이었다. 물이 고여 큰 호수가 있었다. 호수의 끝은 남원까지 걸쳐 있었다. 호수의 물이 넘쳐 흐르면서 암반의 높은 끝 정수리 부분을 조금씩 깎아 냈다. 10년에 1미리 정도. 100미터 정도의 암반을 지금의 바닥까지 내리는 데에 10만년의 세월이 소요되었다. 산을 넘지 않은 강은 없다. 

 

일본 관서지방, 동해와 맞닿은 곳으로 서진하는 강이 하나 흐른다. 해변에서 좀 떨어진 지방 도시가 이 강 옆에 있다. 여름 조그마한 홍수가 져도 도시전체가 물난리를 맞는다. 여러 가지 수리 실험을 해본다. 도시 옆으로 흐르는 강물을 산 쪽으로 돌리면 물난리를 격지 않아도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20년전 일본은 중장비가 없었다. 리어카가 가장 큰 장비였다. 부삽과 갱이 지게 리어카로 산을 옮기기 시작했다. 300미터 높이의 산이다. 1만 여명의 시민들이 5년에 걸쳐 산을 옮겼다. 아무리 큰 일일지라도 정당하고 타당성이 있고 지도자의 정신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우산이공(어리석은 늙은이가 산을 옮긴다는 고사)이 현실일 수 있다는 귀중한 사례를 남겼다. 제대로 방향 잡힌 정신과 노력이 결합하면 그 결과는 하늘도 감동한다.       

 

처음부터 부자는 없다. 이병철은 청년 시절 아버지에게 사업을 하겠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스스로 납득이 가는 일이라면 결단을 하라면서 격려와 함께 사업자금을 건넨다. 부유한 집안에서 성장했지만 현실 타파(브릭쓰루)하겠다는 정신을 갖췄다. 동경 유학을 통해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 지를 알았다.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은 것이다. 이병철은 항상 합리성을 추구했다.  

 

최근 방산 수출 쾌거 관련 낭보들은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은 결과물이다. 케이-나인 자주포는 세계 방산 시장 점유율 50%를 상회한다. 안창호급 잠수함, 에스엘비엠 수중 발사 장거리 탄도탄, 차세대 전차 등의 성공이 년말을 맞이하는 국민을 즐겁게 한다. 방산물은 과학의 극치를 이룬다, 과학은 수학이다. 수학이 국력이다. 수학으로 의사를 상호 전달한다. 수학으로 타당성을 말한다. 타당성과 합리성은 이난성 쌍둥이다. 

 

불곰사업이 있었다. 러시아로부터 대한 차관 상환으로 현물을 받았다. 러시아 방산물자와 기술을 획득하게 되었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수학이 발달한 국가이다. 수학으로 정교하게 설계된 방산품들을 대한민국은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이 속에 숨은 수학을 이해했다. 수학이 핵심을 이루는 방식으로 방산품 설계를 재설계했다. 설계단계에서 검증이 가능하다. 수학이 없는 설계는 구현해봐야 만이 그 결과를 알 수 있다.  러시아로부터 배움으로써 대한민국은 방산품 설계에 대 혁신을 이룬 것이다. 대한민국은 방산품 수출 주도국 미국, 독일, 프랑스, 영국과 대등할 정도의 수준에 이르렀다. 신년에도 더 큰 방산수출 쾌거의 소식이 들려 올 것이다.   

 

시대정신은 누가 구체적으로 말해 주지 않는다. 각기 자신의 위치에서 시대정신의 울림을 감지해야 한다. 대한민국 방산품에 있어 수학이 근본이 되는 방식으로 설계 해야한다는 시대정신을 읽은 것이다. 이병철은 사업은 항상 합리성을 띄고 있어야 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달은 것이다. 남이 가진 방법을 귀중하게 다뤄야 한다.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역공학이란 남의 기술을 역으로 추적해 보는 것이다. 그 속에 숨은 기술을 알아 내는 것이다. 아무리 사소한 기술일지라도 간과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가진 기술에 이 기술이 결합된다면 더 나은 기술로 진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간격(파티션)을 타파해야 한다. 다른 의견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시간은 제대로 방향을 잡은 사람에게 영광을 몰아 준다. 제대로 정신을 잡는 것, 이것이 시대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