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칼럼

하동춘추 31 폐하! 다만 깊이 헤아려 주시옵소서

하동신문 0 220

하동춘추 31

 

        폐하!  다만 깊이 헤아려 주시옵소서

 

 

                            문   찬 인

 

조선시대 상소문 형식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시무7조’란 글이 연일 언론의 화제가 되고 있다.

글쓴 이는 스스로를 인천에 사는 진인(塵人)이라 밝히고, ‘소인이 피를 토하고 뇌수를 뿌리는 심정으로 7조를 주청(奏請)해 올리오니 부디 굽어 살피시어 달라’며 국정방향에 대해 건의했다.

여기서 진인(塵人)은 티끌, 먼지 또는 극히 작은 사람을 뜻한다.

상소(上疏)는 임금에게 올리는 글로 조선시대의 중요한 언로(言路)였다. 조선의 선비들이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대표적 방식으로 왕에게 그 뜻을 전해 올린다는 의미이다. 상소의 내용은 국가정책에 대한 건의, 인물에 대한 평가, 왕의 정치에 대한 질타등 다양하게 허용되었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상소를 올리기전 유배는 물론이고 죽음까지도 불사하는 결심을 하여야 했다.

성균관 유생들도 자주 상소를 올렸는데 상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집단시위를 하기도 했다.

급식을 거부하거나 아예 집으로 돌아가 성균관을 비우는 것들인데 조선시대 100여 차례 집단행동이 있었다 한다.

자신이 상소한 시무책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관직을 사임하고 낙향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하동에서 신선이 되신 고운 최치원도 그러한 예이다

894년 2월 최치원이 시무십여조(時務十餘條)를 진성여왕에게 올렸으나 시행되지 않았다 한다. 그래서 고운은 전국 각처를 방랑하며 숱한 이야기를 남겼다. 최치원의 시무책은 전하여지지 않는다.

조선 명종의 치세를 정면으로 비판한 남명 조식(曺植) 선생의 상소문 ‘단성소(丹城疏)’는 아직까지도 여러사람의 글에 오르내리고 있다

“ 대비(문정왕후)께서는 신실하고 뜻이 깊다 하나 깊은 구중궁궐의 한 과부에 불과하고, 전하는 어리니 다만 돌아가신 임금님의 한 고아에 불과합니다.

백가지 천가지로 내리는 하늘의 재앙을 어떻게 감당하며, 억만갈래로 흩어진 민심을 어떻게 수습하겠습니까?”

단성소는 나라에서 남명을 단성현감으로 제수하자 그 직을 사임하면서 올린 시무책이다.

왕권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조선시대에 왕을 고아라 부르고 섭정인 대비를 과부라 불렀다. 

요즘 세상에도 왼통 난리를 피워 살아남기 어려울 지경인데 큰 선비의 준엄한 가르침을 수용한 당시의 조정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1906년 11월 적국 대마도에서 일제에 저항하며 단식으로 순절한 면암 최익현(崔益鉉)은 기울어가는 국운을 지탱하고자 목숨을 건 상소를 여러차례 올린다

1871년 신미양요를 승리로 이끈 대원군이 서원철페령을 내리자 그 부당함을 상소하여 고종의 신임을 얻어 호조참판이 되었으나 적폐청산과정에서 기득권층의 반발로 제주도에 유배되었다

1876년 병자수호조약이 체결되자 지부소(持斧疏, 도끼를 메고 상소를 올리며 답을 기다리는 것)를 올렸다가 흑산도로 유배당하였으며,

1895년 을미사변이 일어나고 단발령의 공포되자 역적을 토멸하고 백의를 흑의로 바꾸라는 왕명을 되돌릴 것을 주청하였다.

1905년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조약의 무효와 박제순, 이완용, 이근택, 이지용, 권중현등 을사 5적을 처단하라는 상소를 올렸으나 기울어진 국운은 큰 선비의 간절한 애국을 수용하지 않았다

상소는 선비나 유생들의 전유물이었고 일반 민중에게는 접근이 매우 불가능 하였다. 

그래서 일반민중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방법으로 왕의 행차시 꽹과리를 쳐 왕에게 직접 억울함을 호소하게 하거나 이마져 어려울 경우 궁궐, 관청, 성문의 출입문에 글을 써서 붙이는 괘서가 허용되었다.

요즘으로 치면 대자보인 셈이다. 

진인 조은산의 시무 7조가 수용하기 어렵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하더라도 많은 국민의 민심이 담겨있으니 심도있는 검토가 있기를 바란다

논어에 불치하문(不恥下問)이란 말이 있다.

자기보다 아랫사람에게 묻거나 뜻이 다른 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말라는 뜻이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